美 기독대학들 ‘등록금 제로’실험

입력 2024-01-10 03:04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기독 대학인 새틀러칼리지의 최근 강의 장면. 새틀러칼리지 홈페이지 캡처

“이제 대학에서 빚 부담 없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이 비용을 갚을 수 있는 길은 예수님을 더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는 겁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기독 대학 새틀러칼리지 2학년생인 유리아 오테리의 고백이다.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서 공부한다는 오테리는 이 대학이 이달부터 시행하는 ‘제로 등록금’ 제도의 수혜자가 됐다. 새틀러칼리지 등 미국의 여러 기독 대학이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기독 학생의 미래를 위해 등록금을 면제하는 제도를 속속 도입하고 있다고 크리스채너티투데이(CT)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틀러칼리지는 최근 전교생 80여명 전원에게 등록금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오테리와 같은 많은 학생이 잭 존슨 총장의 사무실로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한다. 존슨 총장은 CT에 “젊은 기독교인을 위한 제자도의 길 마련은 교회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라면서 “이것은 시대에 대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CT에 따르면 새틀러칼리지 이외에도 펜실베이니아주 제네바칼리지, 인디애나주 그레이스칼리지, 미시간주 호프칼리지 등 가족 소득 수준에 따라 주 거주 학생에게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

미국 기독 대학들의 사정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뉴욕시 복음주의 대학인 킹스칼리지 등 18곳이 재정 문제로 문을 닫았다. 학생 한 명당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면제하는 시도가 무모한 도전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그러나 등록금 면제를 선언한 기독 대학들은 기독교 정신에 따른 선순환의 구조로 학교 운영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틀러칼리지는 입학생 전원에게 등록금을 면제하면서 졸업 후 다양한 형태로 하나님 나라에 헌신할 것 외에 기부 약속을 권장했다. 호프칼리지도 등록금 면제 혜택을 받은 졸업생에게 매년 액수에 상관없는 기부금 서약서를 받고 있다. 두 대학 총장은 미리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마태복음 10장 8절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현실에서 적용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제네바칼리지 측은 이사회와 졸업생 후원 덕분에 재학생 무료 등록금 제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호프칼리지 매튜 스코긴 총장은 “대학이 인생에서 가장 가난한 시기인 학생에게 엄청난 금액의 돈을 내라고 한다”며 “하나님이 그랬듯 우리도 가난하고 연약한 자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