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 시장은 올해도 불확실성과 기회가 상존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높은 위험 만큼 대가도 큼)’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중국 당국이 급작스레 발표한 게임 규제안은 중국 시가총액 1위 기업 텐센트 주가를 하루 만에 12.35% 폭락시켰다. 시가총액 85조원에 달했던 대형 중국 게임사 넷이즈도 주가가 16.07% 추락했고 중국 시장과 연관이 높은 국내 게임사들도 10%대 하락을 맛봤다.
문제의 규제안은 중국 게임 산업을 관장하는 국가신문출판서가 ‘온라인 게임 관리법(초안)’이란 이름으로 공표한 게임 제한법이다. 과금 한도 제한, 과금 유도 금지, 청소년 보호 등 고강도 규제가 담겼다. 매출 대부분이 게임 내 결제에서 나오는 게임사 입장에서 타격이 무척 큰 내용이다.
중국의 이번 고강도 규제에 대해 국내 게임사 관계자들은 “예측하지 못했다”는 반응이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 중인 한 중견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 정책의 대부분은 밀실에서 나온다”면서 “특히 게임은 시진핑 주석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산업이다. 앞으로도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 대형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증) 같은 경우에도 신청이 제대로 됐는지, 심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언제쯤 발표가 나는지에 대해 완전히 깜깜이”라면서 “규제도 섣불리 가늠할 수 없고 하라는 대로 대응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대부분 게임사가 사업 야망을 불태우는 기회의 땅이다. 중국은 서비스 허가증인 판호 발급의 고개를 힘겹게 넘더라도 이후 당국의 고강도 규제, 까다로운 현지화 작업 등 만만찮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적잖은 고초가 있지만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곧 회사의 퀀텀 점프로 연결될 거란 확신으로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게임 인구수로 봤을 때 세계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뿐 아니라 중국 게이머들의 구매력 또한 여타 지역 대비 몹시 높다.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매출은 3000억 위안(약 55조원) 규모로 평가된다. 게임사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아무리 커도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국내 게임사들은 십수 년 전 중국에서 ‘던전 앤 파이터’ ‘크로스 파이어’ ‘미르의 전설’ 등의 게임을 성공시키면서 굴지의 게임사로 발돋움한 이력이 있다.
최근 판호 발급이 재개되며 오랜만에 중국 시장에 발 디딜 기회를 얻은 국내 게임사들은 ‘대륙 상륙 작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게임사들은 외국 게임에 발급되는 ‘외자 판호’를 받았더라도 현지 서비스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로열티를 받는 방식을 대부분 선호하고 있다. 현지화에 더 효과적일 뿐 아니라 당국에서 단행 중인 고강도 게임 규제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