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반하는 법 통과 안 되게 두 눈 부릅뜨고 있죠”

입력 2024-01-10 03:05
국회조찬기도회 회장인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기도실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기독 국회의원들이 먼저 나라와 국민을 위해 서로 존중하고 희망을 드립시다. 간절히 기도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이채익(69)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열린 국회조찬기도회 신년감사예배에서 전·현직 기독 국회의원 20여명에게 이같이 요청했다. 이 의원은 현 정부 출범 후인 2022년 9월부터 국회조찬기도회 회장을 맡고 있다.

국회조찬기도회 회장은 여당 기독인회 회장이 맡는 게 관례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 후 국민의힘 기독인회 회장이 됐다. 국회조찬기도회엔 현재 107명의 기독 의원이 가입돼 있다.

이 의원은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기도는 축복’이라며 “하나님으로부터 파송받은 기독 의원이란 사명을 갖고 성경적 가치에 부합하는 입법 활동을 하기 위해 늘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장으로서 교계와 국회의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며 “여야를 뛰어넘어 조찬기도회에 모인 기독 의원들과 함께 성경적 가치에 반하는 법이 통과되지 못하도록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독소조항이 있는 차별금지법이 양산되지 않도록 막은 게 국회조찬기도회 의원들의 보람”이라고 전했다.

제21대 국회에서 이 의원은 양심 등에 따라 낙태 수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참여하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기자회견 등도 열어왔다.

이채익(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길자연(왕성교회 원로) 목사에게 제헌국회 기도문패를 전달하고 있다.

기독 의원으로서 정체성은 그의 저서에도 드러난다. 이 의원은 최근 울산 문수체육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고 ‘열정의 아이콘! 이채익 의원’을 소개했다. 이 책에는 그동안 국가·국회조찬기도회 활동을 비롯해 차별금지법 반대에 나섰던 이 의원의 의정 활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조용기(1936~2021)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 생가 보존을 둘러싼 갈등 상황에서 출구를 찾겠다는 공약도 있다. 이 의원은 “조 목사님 생가 부지가 KTX 울산역 역세권 개발사업에 포함되면서 보존 여부를 두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교회의 부흥과 세계 교회 성장을 주도하신 조 목사님의 위대한 업적은 울산이 기려야 한다. 울산시와 교계 관계자들과 협의해 조 목사님을 기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은 120여명이 출석하는 울산 수암교회(이경조 목사) 시무장로다. 이경조 목사는 “이 장로님은 집사 때부터 교회에 잘 출석하고 계신다”며 “성도들을 굉장히 잘 챙기신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표가 목적이라면 지역 내 큰 교회에도 얼마든지 가셨을 텐데 그러지 않으셨다”며 “1990년대 울산 남구 구청장 재직 때부터 전교인이 기도로 동역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력

제21대 국회의원(울산 남구갑)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
울산지역 문제해결 플랫폼 공동위원장
한-카타르 의원 친선협회 회장
국회 국가에너지정책포럼 대표의원
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전 21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
전 20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전 20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위원장
제19, 20대 국회의원

이채익 의원은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4년 조직한 민주화추진협의회에 참여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1991년 31년 만에 재개된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선출직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선 경상남도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1998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는 울산광역시 남구청장으로 일했다. 2008년 한나라당 후보로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으나 무소속 강길부 후보에 패했다. 이후 제19~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울산 남구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심규명 후보를 3%포인트 차로 따돌리면서 3선에 성공했다. 21대 총선 이후 국민의힘 기독인회 회장을 맡은 이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던 시절 종교특보단장으로 선임됐다. 석 달간 윤석열 후보를 대신해 기독교 불교 등 교계 지도자들을 예방하는 등 정치권과 교계 사이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모태신앙인으로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다. 고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를 "고향 신앙의 '큰바위 얼굴'"이라며 동경하고 있다. 그는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낙태법 등 성경적 가치에 반하는 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기독정치인으로서 정체성을 분명히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