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감독과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미니시리즈 부문 3개 부문을 싹쓸이했다. 주연을 맡은 스티븐 연은 한국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뤘다.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베벌리힐튼 호텔에서 열린 제8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이 TV 미니시리즈 및 영화 부문 작품상을 받았다. 이 드라마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작가 겸 감독 이성진이 연출과 제작, 극본을 맡았다. 주연 배우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상대역을 맡은 앨리 웡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성난 사람들’은 후보에 오른 3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올해 에미상 수상도 기대되는 분위기다.
스티븐 연은 “평소 고독하고 고립돼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지금 이 순간은 나 자신이 아닌 주변의 다른 사람들만 떠올라 이상한 기분이다”며 “난 많은 사람들의 연민과 사랑, 보호와 호의를 받은 사람인 것 같다. 아내와 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2010∼2017년 드라마 ‘워킹데드’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한 스티븐 연은 영화 ‘미나리’로 2021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계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와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 등 여러 편의 한국 영화에 참여했다. 그는 올 상반기 개봉 예정인 봉 감독의 신작 ‘미키 17’에도 출연한다.
지난해 4월 공개된 10부작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대형 마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사소한 사고로 화가 나 복수전을 벌이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원제목은 ‘비프(BEEF)’로 속도감 있는 전개와 함께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표현해 내 호평받았다. 오는 15일 열리는 에미상 시상식에도 11개 부문 13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유태오가 출연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영화(드라마) 부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비영어권 영화상, 영화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두 남녀가 20년 만에 미국 뉴욕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예비후보에 올라있으며 미국 크리틱스초이스에도 3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오는 3월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요 후보작 중 하나로도 꼽힌다.
영화(드라마) 부문에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음악상 등을 가져가며 5관왕을 차지했다. 비영어 부문 작품상과 각본상의 영예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