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결손에 시달리는 정부가 지난해 한국은행에서 117조원이 넘는 돈을 빌려다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506억원이다. 빌린 돈도 이자액도 연간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나랏빚을 늘리지 않으려 국채 발행을 자제한 대신 ‘급전 대출’에 의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한은에서 일시로 빌린 누적 금액은 117조6000억원이다.
빌린 돈을 다 갚지 못하고 다음 해로 넘긴 연말 잔액은 4조원으로 2012년 말(5조1000억원) 이후 11년 만에 가장 많았다. 이 돈은 이달 20일까지 전부 갚아야 한다.
정부가 ‘급전 대출’에 자꾸만 손대는 이유는 세수 결손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누적기준 정부의 총수입(492조5000억원)에서 총지출(502조9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0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잦은 일시금 대출이 시중 유동성을 높여 물가관리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재정건전성 관련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세수 부족 문제를 일시적으로 회피하는 수단으로 일시금 대출을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정부가 일시차입금 규모를 정기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세수 부진으로 재정수지가 악화한 상황에서 재정 현황과 향후 재정 운용 방향에 대해 가늠할 수 있는 자료를 공개해 재정운영 신뢰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