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5년째 장기 미제로 남아 있는 ‘포항 지진 과실치사상’ 사건을 연내 종결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한 민사 1심 판결문을 확보해 검토하는 등 지열발전사업 관계자들의 과실 책임을 가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조만간 관련자 소환조사도 잇따를 전망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춘)는 포항 지진 피해자들의 민사 1심 승소 판결 이후 피해자 특정, 과거 수사기록 검토 등을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다른 재난 사건에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민사와 달리 형사 사건은 죄가 인정된다면 개인에게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엄격한 입증을 요구한다”며 “사실관계와 법리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지법 포항지원은 피해자 4만7850명이 정부와 포스코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피고들이 공동해 1인당 200만~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지열발전사업 과정에서 단층에 인위적 자극이 가해졌고, 이로 인해 지진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지진이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국가배상 책임이 인정됐다. 사업에 참여한 포스코,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은 안전 체계를 미흡하게 운영했다는 점에서 공동 불법행위가 인정됐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범대본)에 따르면 1심 판결 후 시민 17만여명이 새로 소송전에 나섰다. 포항 시민 약 50만명이 200만원씩만 배상받는다고 가정해도 위자료 규모가 1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
피해자들은 신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2019년 3월 고소 당시 고소인 조사를 받았고, 이후 수사팀이 교체됐다는 전화 말고는 지난 5년 동안 아무 연락이 없었다”며 “이 정도면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포항에서는 2017년 11월과 2018년 2월 두 차례 지진으로 사망자 1명, 부상자 134명과 850억여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범대본은 2019년 3월 ‘포항 지진 원인은 지열발전사업’이라는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지열발전사업 주관사 넥스지오 윤모 대표와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검찰은 그해 11월 넥스지오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압수수색했지만 이후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그 사이 수사팀 문패도 여러 차례 변경됐다. 처음 사건을 맡았던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2020년 1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접수사 부서 축소 방침에 따라 형사12부로 바뀌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2022년 6월 서울중앙지검에 신설된 정보범죄수사기술부에서 계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