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말라 인간’ 광풍에… 정상체중 20대女 28% “난 비만”

입력 2024-01-09 00:03 수정 2024-01-09 00:03

20대 여성 10명 중 3명은 정상 체중인데도 자신을 ‘비만’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른 체형을 동경하는 분위기 탓에 극단적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반면 정작 비만 체형의 체중 감소 시도는 줄어드는 등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성인 체질량지수 분류에 따른 체중감소 시도율’에 대한 보고서를 8일 공개했다.

2013~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이용해 성인의 체질량지수를 분석한 결과, 정상 체중인 20대 여성의 28.3%는 자신을 ‘비만 체형’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6.9%)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전체 연령에서 자신을 뚱뚱하다고 인지하는 ‘주관적 비만 인지율’은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조사 기간 남성은 84.6%, 여성은 94.7%로 나타났다.

체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불필요한 다이어트 시도로 이어졌다.

체중 감소를 시도한 20대 비율은 남성의 경우 15.8%, 여성은 53.9%로 나타났다. 정상 체중인데도 20대 여성은 2명 중 1명꼴로 다이어트를 시도했다는 뜻이다. 저체중인 경우에도 20대 여성 16.2%는 체중 감소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마른 체형을 선호하고 무분별한 체중조절을 유도하는 사회문화적 분위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더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불필요한 다이어트의 방식이 점점 극단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정상 체중 여성 가운데 자신의 체중을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인식하는 경우 운동이나 식이조절보다 다이어트약 복용 등의 방법으로 체중조절을 시도하는 것으로 봤다.

실제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마른 체형을 극대화한 ‘개말라 인간’ ‘뼈말라 인간’이 되고 싶다며 다이어트 게시글을 올리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매일 체중을 인증하면서 ‘다이어트 일기’를 쓰는 방식인데, 운동보다는 먹고 토하는 섭식장애 유형이나 극단적 단식을 하는 방식이다.

보고서는 “건강한 체형 인식에 대한 교육뿐 아니라 대중매체를 통한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최근 10년 동안 악화했다. 2021년 기준 성인 남성 절반(46.3%)은 비만이었다. 비만한 사람이 자신을 비만이라고 인지하는 경우는 2013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지만, 체중감소 시도율은 남성 54.4%, 여성 66.1%에 불과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