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결혼이나 비혼 등 결혼 행태 변화가 미래 노동력 감소 시점을 더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10년 새 미혼 인구 비중이 3배 이상 커지는 등 변화를 거스르기 힘든 상황에서 혼인율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미혼 인구 특성에 맞는 근로 환경 조성 등 적응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8일 공개한 ‘미혼 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5% 수준에 그쳤던 생애미혼율(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 비중)은 지난해 14%까지 뛰었다. 특히 핵심연령층(만 30~54세) 내 미혼 인구 비중은 2000년 7.4%에서 2020년 24.6%로 17.2%포인트 급증했다. 노동 시장에 진입한 핵심연령층의 미혼 인구 비중도 10년 전 16%에서 지난해 28%로 두 배 규모로 커졌다.
이런 가운데 미혼 인구 증가는 고용과 근로시간 측면에서 총 노동공급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여성의 경우 기혼 여성보다 미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각각 19%포인트, 16%포인트씩 높아졌다. 미혼 인구 비중 증가가 노동공급 총량을 늘리는 효과를 낸 것이다. 그러나 남성의 경우 미혼 비중 증가가 고용률과 근로시간 등을 모두 낮추는 영향을 미치며 총 노동공급량을 줄였다. 이 중 남성의 노동공급 감소 효과가 더 컸다는 게 한은 분석이다. 더욱이 미혼 증가는 출산율을 더 낮추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미래 노동 공급에는 더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 한은이 이 같은 미혼 비중 증가 추이를 반영해 한국의 경제활동참가율 장기추세를 분석한 결과 노동력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시점이 더 앞당겨질 것으로 추산됐다. 미혼 인구 비중 증가세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경제활동참가율은 2035년(80.1)을 정점으로 서서히 내려갔지만 30년 후 남성과 여성의 미혼 비중이 각각 60%, 50%까지 높아지는 시나리오에서는 그 정점이 2031년(79.7)으로 4년 앞당겨지고 이후 감소 속도도 가팔라졌다.
한은은 이 같은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혼인과 출산율을 높이는 한편 미혼자 특성에 맞는 노동환경 조성 등의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를 쓴 정선영 고용분석팀 과장은 “미혼 인구가 더 일을 안 한다기보다는 노동시장 유인 요인이 기혼자랑 다른 특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유연한 일자리나 자율적인 업무 환경을 중시하는 경향 등 인구 구조 변화에 맞는 노동시장의 환경 개선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