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재개발 조합과 마찰을 빚게 됐을 때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팻말을 들고 거리로 나가 조합과 싸우는 모습을 노출하기보다 법적·행정적 테두리 안에서 침착하고 신사적인 대응이 해법을 찾는 데 유용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교계 차원의 입법화 노력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봉석 한국교회재개발연구소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교회에 대한 아무런 조항이 없으므로 (조합 측과의) 협상에 기댈 수밖에 없다”며 “재개발 사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실력 있는 변호사가 필요하고 협상을 잘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응방안이다.
현행법상 재개발 시 종교시설에 대한 보상규정이 미비한 관계로 조합과 종교시설 간 갈등이 비일비재하고 소송전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특히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완화 정책을 내세우면서 이 같은 갈등 사례는 더 많아질 수 있다.
서울 은평구와 동작구, 노원구 등에서 빚어지고 있는 재개발 조합과 교회 간 분쟁 사례도 초기 대응만 잘했다면 상황이 더 심각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이 소장의 주장이다. 그는 ‘보상규정 미비탓 곳곳 진통…’을 제목으로 한 국민일보 기사(1월 5일자 33면 참조)에 등장한 은광교회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 교회의 경우 조합 총회 결의가 있었기 때문에 명도소송이나 강제집행까지 갈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며 “차분하게 조합과 대화를 이어나가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법적·행정적 테두리 안에서 신사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조합은 결국 교회가 선교할 이웃의 하나인데 싸울 필요가 없다”며 “소송으로 가더라도 절차와 단계에 따라 대처하면서 우기기보다 조용하게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보상 규정이 미비한 것이 갈등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만큼 관련 입법 노력도 요구된다.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는 2018년 제103회 총회에서 ‘재개발특별위원회’를 상설기구로 조직했다. 이들은 2021년 서울시의 ‘뉴타운지구 등 종교시설 처리방안’을 기초로 입법 청원에 나선 바 있다.
재개발에 앞서 지역의 뿌리 깊은 교회들은 건축·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예배당 건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 종로구 옥인동의 A교회는 2019년 인왕산 공원녹지계획에 포함된 교회의 건물과 토지를 서울시에 매각했다. 이 교회는 해방 후 하와이 한인교회 동포들의 독립운동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교회다. 옥성삼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사무총장은 “개교회가 보존하기 어려웠다면 교단이 매입해 역사관이나 기념관을 세울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