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26) 용기 내 준비한 40주년 콘서트에 기적으로 답하신 주님

입력 2024-01-09 03:04
전용대 목사가 2019년 9월 서울 CTS아트홀에서 열린 40주년 콘서트에서 찬양사역자 송정미와 함께 찬양하고 있다.

2019년. 주변에서 얘기가 들려왔다. “목사님, 찬양 사역을 시작하신 지 40주년인데 기념할 수 있도록 콘서트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처음엔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내 이런저런 생각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1986년부터 매년 정기 콘서트와 집회 일정 외에도 크고 작은 콘서트를 해왔다. 하지만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한국교회 안에서 부흥회, 특별 집회 등이 서서히 자취를 감춰갔다. 콘서트를 할 수 있는 여건도, 큰 무대를 마주할 자신감도 들지 않았다. 즐거운 마음으로 찬양을 감당해야 할 콘서트가 마음에 부담으로 누적되는 건 결코 원치 않았다.

망설임의 시간이 길어질 때쯤 오래전부터 동역했던 후배 목사님에게 연락이 왔다. “목사님, 콘서트 꼭 하셔야지요. 다른 준비는 제가 할 테니 찬양할 채비만 해주세요.” 그렇게 용기를 내어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후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모든 준비를 맡아서 하기로 한 후배 목사님이 갑작스레 큰 수술을 받게 돼 콘서트 준비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주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콘서트를 취소해야 하는 건가요.’ 간절한 기도 끝에 가슴 치며 결론을 냈다.

‘콘서트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다. 주님을 찬양하는 무대다. 콘서트는 주님 것이다. 그 무대를 주님이 쓰실 것이다.’ 더 이상 망설이고 지체할 수 없었다. 곧장 스스로 준비에 나섰다. 무대에서 들려줄 선곡을 마치고 장소는 서울 노량진의 CTS아트홀로 정했다. 연주팀은 신구 조화를 이루도록 준비했다. 오랫동안 무대를 함께했던 동역자들에 더해 부모님 세대가 나의 찬양을 묵상하듯 들었던 청년 세대 연주자가 힘을 보탰다.

감사하게도 송정미 김용학 김한나 제이밴드 등 많은 동료 선후배 가수들이 게스트로 함께해 주신다는 연락을 줬다. 연습에 열중할 때 우연히 만난 최선규 아나운서는 재정적 어려움이 있어 내가 직접 사회를 보며 콘서트를 할 거라는 얘길 듣곤 “우리 사이가 어떤 사이냐”며 직접 MC로 마이크를 잡았다.

찬양 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사람 숫자 보지 말자. 거리와 강사비 따지지 말자’고 다짐했던 나였는데 정작 콘서트 날짜가 다가오면서 밀려오는 인간적 생각에 주님 앞에 부끄럽기만 했다. 주님께 영광인 무대인데 얼마나 모일지를 걱정하고 있는 연약함이 창피했다. 답은 기도뿐이었다.

드디어 40주년 콘서트 날. 긴장과 떨림, 설렘 속에 막이 올랐다. 주님은 내 간절한 기도를 기적으로 답하셨다. 하나님의 사람들이 아트홀 1,2층, 복도까지 관객으로 꽉 들어차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티켓 판매 대신 무료로 진행된 40주년 콘서트는 또 하나의 특별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콘서트 현장에서 모인 후원금으로 나처럼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목발과 휠체어를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하나님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콘서트를 통해 나를 또 깨우쳐 주셨다. 40년 동안 한없이 부족한 나를 이끌어 주신 하나님의 은총 그리고 기도와 사랑으로 함께해 주신 주의 종들과 성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렇게 눈물겨운 복음의 현장 속에서 주님 앞에 철들어 가고 있었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