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습격범 김씨, 8쪽 변명문에 “역사적 사명 갖고 한 일”

입력 2024-01-05 04:07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습격한 김모(66·사진)씨가 범행 동기에 대해 “역사적 사명감을 갖고 한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고개를 숙이지도 않고, 유치장에서 태연히 ‘삼국지’를 읽는 등 잘못에 대해 인식하지 않는 전형적인 확신범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김씨는 4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기 위해 부산지검 호송출장소에 도착한 뒤 “이 대표를 왜 공격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제출했다. 그걸 참고해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 변명문에 ‘역사적 사명감’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범행 전 컴퓨터로 미리 변명문을 썼고, 이를 출력해 소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전날 충남 아산 김씨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컴퓨터에서 이 문건 원본 파일을 발견했다.

김씨는 경찰 호송 등으로 사흘간 외부에 모습을 드러낼 때 이날과 마찬가지로 고개를 숙인 적이 없고, 현장에 대기하던 취재진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해 왔다. 또 반성문이 아닌 ‘변명문’으로 지칭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한 모습도 보였다.

이에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김씨의 전반적인 심리 상태를 분석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날 충남 아산의 김씨 자택과 사무실 등에서 압수한 컴퓨터 3대, 휴대폰 33대, 과도, 칼갈이, 업무용 노트, 플래카드 4점을 집중 분석 중이다. 경찰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에서 김씨의 현재, 과거 당적 이력을 확인했지만 정당법상 공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 공개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유치장에서 책을 읽으면서 별다른 동요 없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치장에서 이상 행동도 하지 않았고, 제공된 식사도 꼬박꼬박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씨가 “책을 읽고 싶다”고 요구해 경찰이 책 대여목록을 제공하자 삼국지를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최소 6차례 이 대표를 따라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날인 1일 부산에 도착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거주하는 양산 평산마을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평산마을은 다음 날인 2일 이 대표가 부산 가덕도에 이어 방문하기로 한 장소였다. 또 1일엔 이 대표가 방문한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도 모습이 포착됐다.

SNS에 올라와 있는 봉하마을 현장 영상을 보면 이 대표 등 민주당 인사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끝낼 무렵에 김씨 모습이 나온다. 김씨는 부산 습격 날과 마찬가지로 남색 재킷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

한편 부산지법 성기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살인미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부장판사는 “범행 내용, 범행의 위험성과 중대성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 피의자는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다음 주 김씨의 범행 동기를 포함한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부산=강민한 기자 kmh010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