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취임 이후 처음 광주를 찾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수록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또 “나와 우리 당의 호남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라며 “내가 하기 싫은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여기 온 게 전혀 아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 여파로 한 위원장의 광주 방문 일정은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됐다.
한 위원장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마친 후 “5월의 광주 정신은 어려운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정신”이라며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들어가면 헌법이 훨씬 더 풍성해지고 선명해지고 자랑스러워질 것 같다”면서 “어떤 식으로든 헌법 개정 절차가 이뤄진다면 지금 상황에서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것을 반대하는 세력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헌법을 어떻게 하느냐, 원포인트 개헌도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며 “국민투표도 해야 하고 그런데 지금 (개헌에 대한) 여러 가지 논의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위원장은 5·18 민주유공자를 국가유공자로 승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전례나 절차적인 문제가 있지만 그것에 구애받을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한 위원장은 이후 광주시당 신년인사회로 자리를 옮겨 “광주를 상징하는 1980년에 저는 유치원생이었다”며 “5·18 광주민주화운동, 광주시민에 대해 부채의식이나 죄책감 대신 내 나라 민주주의를 어려움에서 지켜주고 물려줬다는 깊은 고마움과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우리는 정부 여당이다. 제가 우리 국민의힘을 이끌면서 그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정책·예산·행정으로써 표현하고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호남에서 정말 당선되고 싶다”며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당의 승리이기에 앞서 이 나라 정치에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온라인에 한 위원장을 겨냥한 살해 협박 글까지 올라오면서 한 위원장에 대한 삼엄한 경호가 펼쳐졌다. 광주경찰청 소속 기동대 4개 중대 280여명의 인력이 동원됐다. 한 위원장 주변에도 경호 인력이 빼곡하게 배치됐다. 국민의힘은 청년당원들이 ‘국민의힘’이란 글씨가 적힌 빨간마스크를 착용하고 한 위원장을 에워싸면서 경호 자원봉사를 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오후엔 충북 청주로 향했다. 그는 충북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충북의 마음을 얻는 것은 대한민국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어떤 이슈에서는 오른쪽에 정답을 낼 것이고, 어떤 이슈에선 왼쪽에서 정답을 찾을 것”이라며 “그것을 통해 중도에 계시는 동료 시민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가 종료된 후에도 지지자들의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하자 한 위원장은 기차표를 취소하고 50여분간 이에 응했다.
박민지 기자 광주·청주=정우진 기자 uzi@kmib.co.kr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