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이 사망한 뒤 겪는 정신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죽은 반려동물을 유전자 기술로 복제하는 서비스가 알려지면서 생명윤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동물 한 마리 복제에 수많은 동물이 희생된다며 이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4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한 업체는 7000만~1억원의 비용을 받고 반려견 복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려견 복제에는 6~9개월 정도 걸린다. 이 업체는 약 300만원에 반려견 체세포 냉동보관 서비스도 운영 중인데, 반려견이 살아있을 때 미리 체세포를 냉동보관해 놓으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반려견 복제는 최근 한 유튜버가 복제 성공 사실을 공개하며 관심이 더 커졌다.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반려인들 사이에선 “나도 이런 걸 알았더라면” “부럽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업체를 찾는 이들 중 상당수는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반려인이다. 일부는 오랜 기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실감을 호소한다. 찾는 이가 많지는 않지만 문의가 느는 추세다. 업체 관계자는 “복제 과정에서 반드시 동물이 희생되는 것은 아니다”며 “버려진 개를 복제에 쓰지 않는 등 나름의 윤리적 기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해명에도 동물 복제가 생명윤리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반려견을 복제하려면 난자를 제공하는 ‘도너(donor)견’이 필요하다. 대부분 개복 수술로 난자를 채취하는데 이때 도너견이 겪는 고통이 작지 않다. 복제견 출산에 쓰이는 대리모견에 대한 윤리 문제도 있다. 그러나 현행법엔 동물 복제를 규제하는 조항이 없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복제에 쓰인 도너견과 대리모견이 안락사당하지 않더라도 실제 입양돼 새 반려인을 만나긴 어렵다. 결국 그렇게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동물복지표준협회 공동대표인 이태형 수의사도 “동물 복제에 관한 규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복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윤리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려인 사이에서도 상실감 극복을 위해 동물 복제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목소리가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김모(30)씨는 “펫로스는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겪게 될 일이고 나도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넜을 때(죽었을 때) 어떻게 살아가겠느냐는 생각을 항상 한다”면서도 “본인의 슬픔을 덜기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을 요구하는 건 이기적인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생명복제가 아니라 심리치료 등으로 펫로스 증후군을 해소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4년 전 반려견을 떠나보낸 고모(30)씨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다른 반려인과 경험을 공유하며 슬픔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펫로스 전문심리상담센터 ‘안녕’의 조지훈 원장은 “같은 종의 반려동물을 입양한 뒤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더 큰 상실감에 빠지기도 한다. 복제도 마찬가지”라며 “반려동물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슬픔을 마주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