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 미지급’ 문제 공론화에 기여한 ‘배드파더스(나쁜 아빠들)’ 사이트 운영자 구본창(61)씨의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배드파더스의 공익적 성격은 인정했지만, 양육비 지급을 압박하기 위한 ‘사적 제재’는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4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는 인정되나 혐의는 경미한 경우 내려지는 처분이다.
구씨는 2018년 7월부터 이혼 뒤 양육비를 못 받고 있는 이들의 제보를 받아 미지급 부모의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 거주지, 직업, 직장명, 전화번호 등을 배드파더스에 게시했다. 회원가입 없이 게시글을 볼 수 있고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7만~8만명일 때도 있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익적 목적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배심원인 시민 7명의 의견도 만장일치 무죄였다. 하지만 2심은 유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공개되는 신상정보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인격권과 명예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게 이유였다.
대법원도 2년여 심리 끝에 2심 결정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결과적으로 양육비 미지급이라는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면서도 “주된 목적은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해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고 수치심을 느끼게 해 양육비 지급 의무 이행을 강제하려는 것으로서 사적 제재에 가깝다”고 밝혔다.
공개 대상자 중에는 형편이 어려워 매달 지급해야 할 양육비 중 일부만 지급하다 신상이 공개된 이도 있다. 대법원은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수 있음에도 소명 기회를 주지 않고 일률적으로 공개한 것은 권리 침해 정도가 크다”고 설명했다. 또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해서 특정인의 미지급 사실까지 공적 사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배드파더스의 신상공개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고, 2021년 7월 ‘양육비이행법’이 시행됐다. 현재는 여성가족부가 엄격한 요건하에 미지급자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성명·나이·직업·주소 등은 공개되지만, 얼굴이나 전화번호는 공개되지 않는다.
구씨는 법 시행 후 배드파더스를 폐쇄했다가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켜 계속 신상을 공개하고 있다. 구씨는 선고 후 “(여가부 방식 공개는) 누군지 특정되지 않아 아무 효과가 없어 불가피하게 사이트를 다시 오픈한 것”이라며 “아이들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인데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