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경기침체 속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모빌리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자사 기술과 자동차와의 연계성을 높여 사업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초연결 기술’을 앞세워 현대차그룹과 연결성 강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4일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스마트싱스 플랫폼의 연동 범위를 커넥티드 카(네트워크에 연결된 자동차)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는 지난 3일 홈투카(Home-to-Car)·카투홈(Car-to-Home) 서비스 제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스마트싱스는 원격으로 가전 등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이다.
홈투카·카투홈 서비스는 스마트홈과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계해 서로 원격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현대차·기아의 전기자동차를 제어하고, 반대로 이들 차량에서 삼성전자의 에어컨과 TV 등 가전을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아침에 갤럭시 스마트폰 알람이 울리면 자동으로 커튼이 열리고, 차량 시동이 걸려 내부 온도를 적절하게 미리 맞춘다. 스마트폰에는 전기차 배터리 잔량 등 주행 정보를 띄워 출근 준비를 원활하게 한다. 사용자는 기상모드와 귀가모드 등을 설정해 스마트싱스 연결 기기들을 한 번에 작동시킬 수도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반도체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LG전자는 캐나다 자동차 부품사 마그나와 자율주행 플랫폼을 만들어 전장사업 비중을 더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마그나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과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통합한 단독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LG전자의 IVI 기술과 마그나의 ADAS 및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을 하나의 칩셋 모듈에 넣었다.
IVI는 정보·콘텐츠 전달에 특화한 시스템이다. 반면 ADAS는 도로 환경 감지, 충돌 경고 등 운전자 안전에 중점을 둔다. 기술 지향점이 다르므로 그동안 통합 플랫폼을 내놓는 기업이 드물었다. LG전자는 이들 기능을 하나의 부품으로 통합하면 각 부품이 차지했던 부피를 줄여 차량 공간 확보에 유리할 거라 판단했다. LG전자는 “각각의 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에 비해 비용도 절감된다”면서 “시스템 간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하고, 빠른 데이터 처리도 이뤄져 안전하고 효과적인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분야는 전자 기업들이 가진 기술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분야다. 전자 기업들은 성장곡선을 그리는 전기차·자율주행 분야와 협력하면 경기 침체로 가전 등 전통적인 제품만으로는 매출을 늘릴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용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기업도 전자 기업들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종 기업’들의 모빌리티 협력은 지속해서 강화될 전망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