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전용대 (25) 교만 가득한 내 마음에 큰 깨달음 주신 하나님

입력 2024-01-08 03:08
전용대 목사가 지난 2018년 미국 뉴욕의 한 교회에서 집회를 인도하며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을 지나며 한국교회에 차츰 부흥회와 간증 찬양 집회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내 사명도 여기까지일까.’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찬양 사역자로서의 전용대를 멈추게 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예상치 못하게 해외 집회의 문을 열어 나를 인도하셨다.

부끄럽지만 돌아보면 너무 분주해서 기도하지 못하고 집회에 나섰을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교만이 들어 설 때가 많았다. 집회의 현장에선 늘 결실을 맺어야 한다는 생각, 집회 참석자들의 태도와 겉모습으로 그 신앙을 판단하려 하는 생각들이 사탄처럼 파고들었다. 미국에서의 집회는 주님께서 그런 나를 강하게 채찍질 하신 현장이었다.

미국 일정 중에 뉴욕에서 주일 오전 11시 집회를 인도한 뒤 메사추세츠주에서 오후 4시 연합집회 강사로 무대에 서야 하는 상황이 있었다. 11시 집회를 인도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완전히 누운 자세로 예배를 드리는 젊은 성도 한 분이 자꾸 눈에 거슬렸다. ‘아무리 자유분방한 미국이라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언짢은 마음에 금방이라도 한마디 하고픈 심정이었지만 꾹 참았다. 집회를 마치고 서둘러 다음 일정을 위해 문을 나서는 순간 바로 그 청년이 다가왔다. “목사님. 정말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다음 목적지까지 가시려면 식사도 못 하실 것 같은데 햄버거라도 사드시고 가세요.”

청년은 거듭 거절하는 내 손에 200달러가 든 봉투를 쥐어줬다. 그 순간 머리에 망치를 맞은 기분이 들었다. 200달러가 수억 달러보다 크게 느껴졌다. 집회 중에 혹 그 청년의 자세만 보고 내 기분대로 지적질을 했다면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까 싶은 생각에 운전을 하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나는 목발을 짚는 장애인 아닌가. 상대방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무시당하며 살아온 시간이 한 세월인데 정작 나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모순적인가. 그날 이후 제자들에게 기회가 될 때마다 말하곤 했다. “하나님은 단 한 영혼을 위해서라도 우리를 무대에 세우시는 분이다. 은혜받았다 표현 못 해도 은혜받은 분이 계시기에 어떤 자리든 마음을 다해 찬양드려야 한다.”

많은 성도들 앞에 서다 보니 자신이 그렇게 살지도 못하면서 가르치려 하는 못된 마음이 불쑥불쑥 삐져나올 때도 있다. 그 또한 교만이었다. 어느 날 칼럼으로 접한 박종순 원로목사님의 말씀이 정곡을 찔렀다.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주님이 부르시는 그날까지 완주자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끝까지 완주하지 못한다면 그동안의 신앙과 믿음, 사역은 헛것이 되기에 이전보다 더 열심히 기도하며 겸손하게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씀이 내게 새로운 출발점을 제시했다. 주님 부르시는 그날까지 매일 주님 앞에 철들어 가는 종이 되게 해달라는 다짐 앞에 섰다. 2018년 발표한 앨범에 수록된 ‘내가 부르는 노래’가 그 고백의 결과물이 됐다.

‘예수님은 나의 생명 예수님은 나의 사랑/나의 노래 내 모든것 되시네/내가 부르는 내 노래에 예수님이 없다면 아무 의미 없습니다/내가 부르는 이 노래에 복음이 없다면 아무 가치 없습니다/내가 부르는 이 노래는 주를 향한 나의 고백 주를 향한 나의 감사/노래하리 영원토록 주만 찬양하리라 나의 생명 다할 때까지.’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