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년 설립된 서울 강남구 개포동교회(이풍인 목사)는 올해 101주년을 맞았다. ‘반포리교회’라는 이름으로 창립된 교회는 꼭 50년 전인 1974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한 세기를 건너온 이 교회에 이풍인(57) 목사가 위임을 받은 건 2008년의 일이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에서 신약학을 강의하던 이 목사는 40대 중반 교회 담임목사가 됐다.
당시 이 목사의 청빙은 지금 기준으로 봐도 파격적이었다. 총신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버드대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신약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전형적인 학자 코스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에 부임한 뒤 젊음을 앞세운 이 목사는 돌풍을 일으켰다. 교회의 낡은 체질을 뜯어고치는 동시에 지역사회 속으로 깊이 들어가 좋은 이웃으로 자리매김했다. ‘젊은 목회’가 적중한 셈이다.
부임 초기부터 이 목사가 당회에 강조했던 말이 있다.“교회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새로운 교인 못 받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목사는 지난 2일 “장로님들이 젊은 목사의 목회 비전을 늘 존중해 주셨던 게 목회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면서 “새로운 교인을 초대하기 위해 교회 체질을 새롭게 바꾸자고 쉬지 않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작은 변화의 시작은 ‘인사 캠페인’이었다. 모르는 교인이라도 먼저 인사하고 악수하며 격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이 목사는 “부임 초기 한동안 인사를 강조했더니 교인들은 물론이고 시찰이나 노회원들도 ‘개포동교회 분위기가 많이 밝아졌다’고 말씀하셨다”면서 “교인이 행복해야 신바람 나는 교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주민들 속으로 스며드는 행보도 이어갔다. 아파트촌 그늘에 가려져 있던 빌라와 다세대주택을 심방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에게는 쌀도 전달했다. 주민들이 주차난을 겪는다는 소식을 접한 뒤 20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직전 예배당의 주차장을 365일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교인들은 교회 옆 개포고등학교 운동장을 이용토록 했다.
이 목사는 “저희가 2018년 교회 건축을 할 때 주민들과 친구가 되려고 노력한 덕분인지 사소한 민원 한 번 없었다”면서 “저와 교인들이 주민들을 만나 ‘먼지와 소음 때문에 죄송하다’며 양해를 구하면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고 하시면서 일부러 모른 척 해 주셨다. 참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 목사가 4050 목회자들에게 건네고자 하는 조언은 ‘묻고 듣는 연습’이다.
그는 “오랜 전통의 교회에선 뭔가를 바꾸는 게 무척 까다로운데 우선 당회에 물어보고 장로님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면서 “이게 바로 절차를 존중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소통에 질서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 교회는 당회가 결의한 안건이라도 안수집사회와 권사회의 의견을 구한 뒤 제직회와 공동의회를 거쳐 결정하고 있다. 이렇게 절차를 밟으면서 ‘만장일치 결의’라는 새로운 문화도 생겼다.
강해설교는 이 목사의 강점으로 꼽힌다. 강해설교란 성경 본문 내용에 맞는 역사·문학적 연구의 결과물을 교인들에게 전달하는 설교법이다. 설교자의 신학적 전문성이 강해설교의 기본이다. 옥스퍼드대 지도교수가 성서주석학 분야의 석학인 크리스토퍼 롤런드 교수였던 것도 그가 강해설교 전문가가 되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
강해설교는 준비하는 설교자도 어렵지만 듣는 교인들에게도 쉽지 않다. 하지만 설교를 통한 교인 양육에 목회 방점을 찍은 이 목사는 교회론과 삼위일체론, 구원론 등 기독교 교리의 핵심을 설교에 담아 선포한다. 교인들도 설교 내용을 묵상하고 서로 나누는 게 신앙생활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교회에는 소그룹 모임을 위한 공간이 곳곳에 있다. 교인들은 주일 설교 말씀을 중심으로 소그룹 모임을 한다. 이런 분위기는 30~50대에게 어필하고 있다. 실제 신규 등록자 중 이런 젊은 세대가 대부분이다.
젊은 세대가 등록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일학교도 성장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주일학교 학생이 1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부임 당시 500여명이던 교인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출석 1000명을 넘어섰다. 교회는 2020년 새 예배당에 입당했다. 새 예배당은 1593㎡(약 482평) 부지에 총면적 7603㎡(약 2300평) 규모다. 개포동 일대 재개발보다 한발 앞서 교회를 다시 지은 것이다. 교회 바로 옆 개포1단지에만 6700세대가 입주한다. 현재 20% 정도 입주했는데 모든 세대가 들어오면 교세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이 목사는 “앞으로 2~3년 사이에 교세가 안정될 것으로 보는데 그때까지는 꾸준히 교인이 늘 것 같다”면서 “교인들과 함께 ‘기독교인은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주제로 전문가를 초청해 포럼도 하고 토론도 하며 성숙한 교회로 만들어 가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