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갑작스러운 피습 사건이 다가오는 4월 총선 정국에 미칠 파급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다만 당 내부에서는 이번 피습 사건의 여파로 ‘한동훈 컨벤션효과’가 사라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은 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가 각별히 말조심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여권 내부에서 막말이나 음모론이 불거지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참석했던 대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우려할 만한 장면이 연출됐다. 일부 참석자가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해 “쇼”라고 외치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곧바로 손을 들어 제지하면서 “마치 제가 피습당한 것처럼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특검·50억클럽 특검)에 대해 기존 방침대로 정부 이송 직후 즉각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데에도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이 대표 피습 사건과 관계없이 조속한 거부권 행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서상 이 대표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국민의힘이 신경 쓰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 사건 등 재판이 줄줄이 미뤄지는 상황도 변수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대장동·성남FC 의혹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위증교사 의혹 사건 등 3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번 피습이 총선에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의 대중적 이미지가 호감 일변도인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도칼 피습’ 사건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분간 ‘이재명의 시간’이 이어지겠지만 총선까지 남은 3개월은 많은 일이 벌어질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위원장은 총선 인재 영입을 담당하는 인재영입위원장도 직접 맡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인재영입위는 기존 이철규 위원장과 한 위원장의 ‘투톱’ 체제로 운영된다. 한 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핵심은 좋은 사람들이 우리 당으로 모이게 하는 것”이라며 “내가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서 좋은 분들이 우리 당으로 오도록 앞장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민경우 전 비대위원의 ‘노인 비하’ 발언을 사과했다. 한 위원장은 김호일 노인회장을 만나 “(비대위) 출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2일 대전·대구 방문에 이어 4일에는 광주를 찾는다. 광주경찰청은 이 대표 피습 사건이 벌어진 직후라 한 위원장의 동선마다 경찰기동대를 배치하고 관할서 경찰을 추가 투입하는 등 경호를 대폭 강화키로 했다.
또 한 위원장은 오는 11일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힘 의원들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3선 이하 의원들도 이른 시일 내에 만나며 당내 소통에 주력할 계획이다.
구자창 정우진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