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차단!’… 알고리즘 일감 갑질에 플랫폼 노동자들 눈물

입력 2024-01-04 00:03 수정 2024-01-04 00:30
서울 시내에서 이동하는 배달 라이더들. 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플랫폼 노동계의 뜨거운 이슈 중 하나는 ‘알고리즘’이다. 플랫폼 업체들이 일감 배분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면서 알고리즘은 노동자의 생계를 좌우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2년 전 배달라이더·대리운전기사·웹툰작가 등이 연합한 ‘플랫폼노동희망찾기’가 출범하며 알고리즘 설명 의무를 주요 요구안에 포함했던 이유다.

2022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플랫폼 종사자 600명을 대상으로 실태 조사한 결과 플랫폼 업체들은 알고리즘에 따른 강제 일감 배정으로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제배정 거부 시 어떤 불이익을 당하는지 실험한 결과 앱 접속을 제한하는 경우가 45.2%였고, 접속하더라도 일감이 배정되지 않는 경우가 63.8%에 달했다.

특히 알고리즘에 의한 강제 배정은 주로 수입 대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대기시간이 긴 일감으로 조사됐다. 강제 배정이 자율 배정보다 노동강도가 높은 과업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플랫폼 종사자의 82.7%는 일감 배정 원리와 불이익 기준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관련 설명을 들은 비중은 11.8%에 그쳤다.

라이더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의 배달원들은 지난해 우아한청년들(배민커넥트) 등 주요 4개 배달플랫폼에 라이더 업무 행태에 관한 개인정보 수집 내역을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업체들은 라이더의 위치정보와 배송기록 등을 알고리즘 학습에도 일부 활용하고 있었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배차 기준을 알려 달라는 요청에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거나 ‘개인정보와 무관하다’고 답변했다. 배달 업무 수행실적에 따라 라이더에게 적용되는 고유의 페널티 적용 기준도 공개하지 않았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지부 위원장은 지난달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 청구권’ 국회 토론회에서 “내게 왜 콜이 안 들어오는지, 왜 자꾸 특정 지역에서만 콜이 뜨는지, 지금 배달료는 왜 3000원도 안 되는지에 대해 라이더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라이더는 자발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적응하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국내 상황과 달리 해외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는 물론 알고리즘 정보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 관련 5개 기준을 제시하고, 2개 이상 충족하면 근로자로 보는 입법지침에 합의했다. 근로자성 부인 입증책임은 플랫폼 기업에 있다. 해당 지침에도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해야 할 의무가 포함됐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