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흉기를 휘두른 김모(66)씨는 범행 도구를 미리 개조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소 조용히 생활했던 그를 두고 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3일 김씨가 이 대표를 급습할 때 사용한 흉기는 길이 17㎝, 날 길이 12.5㎝ 크기의 등산용 칼이었고, 손잡이 부분이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원래 크기인 흉기의 자루를 자르는 등 범행에 용이하도록 일부 변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동선도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전날인 1일 오전 부산에 도착했다가 울산으로 간 뒤 그날 오후 부산에 다시 온 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장 인근에서도 목격됐다. 경찰은 김씨가 경남과 부산 등을 순회하는 이 대표를 따라다닌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고 구체적인 동선을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평소 조용하고, 최근에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 아산에 위치한 김씨의 공인중개사 사무실 내부는 크게 어질러져 있지는 않았지만 과일즙 박스, 사용한 종이컵이 널려 있는 등 정리되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다.
인근 주민들은 김씨가 이 대표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는 모습이었다. 평소 조용하고 말수도 없던 그가 범행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공인중개사 모임 등 외부 활동에도 잘 참여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김씨가 사는 아파트의 문 역시 굳게 닫힌 상태였다. 주민들은 김씨와 가족들이 모두 조용하게 생활했다고 기억했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고 정치적 성향을 크게 드러내지도 않았다고 한다. 다만 평소 가까운 지인들에게는 정치 집회에 함께 참가하자고 제안은 했다고 한다. 또 정부, 정당 관련 비판도 하고 정치 관련 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보는 등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민은 “서로 정치얘기는 많이 하진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김씨가 ‘태극기 집회에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적은 있었다. 그가 몇 차례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던 정황도 나왔다. 실제로 김씨의 공인중개사 사무실 건물은 지난해부터 약 7개월간 월세가 밀린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무실 출입문 외부에도 은행에서 발송한 내용증명이 도착했다는 ‘우편물 도착 안내서’가 부착돼 있었다. 김씨의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입주한 건물주는 “김씨가 평소 다른 사람과 크게 마찰을 일으킬 사람은 아니다”면서도 “월세를 50만원씩 받고 있는데 7개월 정도 밀려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이날 살인미수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부산지법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수사관 25명을 투입, 김씨의 거주지와 그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또 김씨의 당적에 대한 논란이 확산함에 따라 당적 확인을 위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여야 정당 중앙당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당원명부를 비교해 김씨의 당적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산·부산=전희진 강민한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