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뒤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된 것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응급의료체계를 벗어난 ‘예외적 특혜’라는 비판과 제1야당 대표 의전서열에 걸맞은 조치였다는 반론이 맞선다. 부산대병원에 최고 등급 권역외상센터가 있는데 이 대표가 서울로 전원(병원 이동)을 요청한 것은 지방 공공의료를 강조했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인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일 “중증외상환자를 포함한 응급환자를 치료할 때 환자나 보호자가 원한다고 이송 병원이나 전원 병원을 정해서는 안 된다”며 “‘가족이 원한다’ ‘(수술을) 잘하는 곳으로 이송한다’며 (이 대표를)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헬기 이송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식으로 한다면 어느 국민이 지역의 병원들, 그것도 지역거점국립대병원을 믿고 국가의 외상응급의료체계를 신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의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2년 연속 1위를 하는 등 국내 최고로 꼽히는 센터다. 이 대표 사례처럼 내경정맥 손상이 확인된 경우라면 부산대병원에서 수술 등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도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생사를 오가는 긴급한 상황에서 환자를 수술할 수 있는 의사가 없는 경우에 한해 타 병원으로 후송한다”며 “응급의료체계에 따르면 그 외 상황에서 환자의 요청으로 병원을 옮길 수 있는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 전용 헬기 운용 세부지침’에 따르면 이 대표의 이송은 일반적인 응급헬기 이송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세부지침에 따르면 ‘구급차 운행이 불가능한 지역’에 환자가 있거나, ‘최종 치료(definitive treatment)’를 즉시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까지의 이송이 40분 이상일 때 병원 간 이송에 응급헬기를 운용할 수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을 지낸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장은 이날 자신의 SNS에 “일반인도 이렇게 ‘서울대병원 가자’ 하면 119에서 헬기 태워주나”라며 “근본적인 특혜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 대표에 대해서는 규정보다 국가 의전서열을 감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전서열 8위에 해당하는 제1야당 대표에 걸맞은 대우일 뿐 특혜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곽경훈 분당제생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대표의 헬기 이동은 제1야당 대표 지위의 중요성에 부합하는 대우를 받은 것”이라며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흉기에 찔렸더라도 부산대가 아니라 서울대에서 수술받았을 것이고, 이를 특혜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대병원 측은 이 대표의 전원과 관련해 수술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가족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고 밝혔다.
수술을 하기 위한 보호자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이 대표 가족과 민주당에 의견을 구했고 ‘극히 위중한 상태가 아니라면 서울로 옮겼으면 한다’는 의견을 듣고 서울대병원 이송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산대병원 측이 이송 조치에 유감을 표했다는 소문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용현 나경연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