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83곳 26만명 ‘집으로’… 글로벌 IT업계 ‘구조조정’ 칼바람

입력 2024-01-04 04:07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속에 지난해 국내외 정보기술(IT) 업계의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을 가리지 않고 감원 칼바람이 불었다. 올해는 인공지능(AI)의 일자리 위협이 변수다. 업계에선 투자 빙하기가 한동안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생존 게임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3일 글로벌 테크업계 감원을 집계하는 ‘레이오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IT 기업 1183곳에서 26만1997명이 해고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16만4969명)에 비해 58.8% 증가했다.

지난해 몸집을 가장 많이 줄인 기업은 아마존이었다. 아마존은 1년간 2만7000여명을 해고했다. 메타는 전체 직원의 20% 이상인 2만1000명, 구글은 1만2000명(6%), 마이크로소프트(MS)는 1만1000명(5%)을 각각 감축했다. 일론 머스크가 인수한 엑스(옛 트위터)는 전 직원의 절반에 이르는 3700명을 줄였다.

국내 IT업계의 구조조정 바람도 거세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 스타트업인 ‘닥터나우’는 최근 직원을 절반가량 줄이기로 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은 변호사 단체와의 갈등 속에 수익성이 악화하자 지난해 2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국내 빅테크 기업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업을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지난해 7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일부 직원이 다른 카카오 계열사로 이동하거나 회사를 떠나면서 전체 인력의 30%가 빠져나갔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10년차 이상 직원을 상대로 이·전직을 권하는 넥스트챕터프로그램(NCP)을 실시했다.

여행·숙박 플랫폼 기업 야놀자와 자회사 야놀자클라우드코리아도 지난해 9월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한국지사인 AWS코리아는 지난해 5월 권고사직을 실시했다. 2021년 이후 반기마다 세 자릿수 규모의 공개채용을 실시했던 네이버는 지난해 하반기 공개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고용에 영향을 미치는 투자도 말랐다. 스타트업 투자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스타트업·중소기업 대상 총투자 건수는 1133건으로 전년(2003건) 대비 43.4% 감소했다. 투자금액은 전년 동기(13조6802억원)보다 56% 감소한 6조211억원으로 집계됐다. 고금리가 지속된 여파로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이다.

IT업계의 구조조정 공포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구글이 광고 판매 부문에서 3만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는 등 AI 고도화에 따른 일자리 역습이 현실화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올해 투자 환경도 녹록지 않은 만큼 스타트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원민 ES인베스터 팀장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와 모험자본에 대한 출자 기피 현상이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 속에 도태되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