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둘러본 서점가는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책을 읽지 않는 분위기와 더불어 유튜브와 e북 등 다양한 미디어와 플랫폼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 그럼에도 ‘영혼의 양식’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또한 서점이기도 하다. 2일부터 이틀간 서울 지역의 서점을 둘러봤다.
‘매출 반토막’ 기독 중고서점
“오늘도 사람이 없네요.”
2일 서울 동작구에서 크리스천 중고서점을 운영하는 이순애(65) 대표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매출이 10년 전에 비해 반토막이 됐다”며 “방문자도 하루 평균 1~2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2000년 6월 문을 연 이곳은 국내 유일의 기독서적 전문 중고서점이다. 이 대표는 그럼에도 “팀 켈러 목사가 저술한 서적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며 “국내 서적 중에선 김세윤 박사와 김서택 목사의 설교집 등이 많이 나간다”고 전했다.
3일 방문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중고서점 기독교 코너. 30분을 기다린 끝에 첫 손님을 만날 수 있었다. 충북 옥천군에서 목회 중인 60대 초반의 목사였다. 그는 “설교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책을 자주 읽고 있다”며 “1년마다 책 20권 정도를 읽는데 헌책 중에서도 안 읽은 책이 많다. 가격이 저렴한 중고서점을 자주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성경통독·가정예배 다룬 베스트셀러
대형 서점의 실정은 중고서점에 비해 다소 나은 편이다. 같은 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기독교 코너는 평일임에도 인파로 붐볐다. 아들과 함께 서점에 방문한 이은빈(가명·43)씨는 “교회에서뿐만 아니라 가정과 일상 속에서도 틈틈이 하나님 말씀을 묵상하려고 책을 찾고 있다”며 가정예배 서적을 펼쳐 보였다. 그는 “전자책도 좋지만 넘기는 맛이 있고 직접 종이의 질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 기억에 더욱 오래 남아 종이책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김을란(78) 서교동교회 권사는 “주변 지인에게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시편’을 선물했는데 반응이 좋아 선물용으로 몇 권 더 사러 왔다”며 “서점에 오면 사려고 했던 책뿐 아닌 새로운 책을 발견하고 읽어볼 수 있어 자주 방문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이달 초 현재 베스트셀러 기독서적은 ‘하나님의 음성’(김병삼 목사·두란노) ‘가정예배서 하늘양식’(이철 목사·kmc) 등이다. 성경 통독과 가정예배를 다룬 내용이다. 올해 40년 넘게 출판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이형규 쿰란출판사 대표는 “막연하게 하나님과 가까이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기보다 책을 가까이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책을 통해 복음의 진수를 찾을 수 있기에 크리스천이라면 꼭 다양한 책을 읽고 영적 양식을 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글·사진=조승현 김동규 이현성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