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입력 2024-01-06 03:03

“학생 동지들! 죽은 물고기는 물이 흐르는 대로 둥둥 떠내려갑니다. 그러나 산 물고기는 아무리 급류를 만날지라도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물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죽은 물고기는 목적이 없고, 산 물고기는 목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목적을 갖고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살아 있는 물고기가 되기 바랍니다.” 1949년 어느 청년 단체의 수양 강연회에서 백범 김구 선생이 역수어(逆水魚) 정신을 갖자며 했던 연설문의 일부입니다.

시대의 급류를 타고 넘은 대표적인 역수어 연어(salmon) 같은 인물이 성경에 등장합니다. 바로 살몬(Salmon)입니다. 여호수아는 싯딤에서 여리고성을 향한 정탐꾼 두 명을 세웠습니다. 수십 년 전, 모세가 보냈던 열두 명의 정탐꾼 중 믿음의 보고를 한, 두 명이 유다 지파였던 갈렙과 에브라임 지파였던 여호수아였기에 성서 학자들은 유다 지파였던 살몬을 두 명의 정탐꾼 중의 한 명으로 추정합니다.

살몬은 새벽녘에 동료 정탐꾼과 함께 여리고성에 잠입했다가 라합의 집에 유숙합니다. 그때 여리고 왕이 보낸 사람들이 라합의 집을 급습하고, 라합은 그들을 따돌리고 두 정탐꾼을 지붕 위에 널어놓은 아마 줄기에 숨겨서 구해 줍니다. 라합은 정탐꾼들을 향해 오늘의 본문처럼 담담한 신앙고백과 함께 담대한 구원 요청을 하기에 이릅니다.

이방 여인이 어떻게 이런 정확한 신앙고백을 할 수 있을까요. 유일한 창조주이시며 능력이 크신 하나님을 정확히 인정하는 이 지혜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이미 여리고성 안에서 퍼지고 있었던 이스라엘과 그들의 하나님에 대한 소문은 라합에겐 복음으로 자리잡은 것이었습니다. 정탐을 마친 살몬은 여리고성을 떠나면서 라합에게 붉은 줄을 창문에 매달아 두고 자신을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떠나는 살몬의 눈빛에서, 또다시 돌아온다는 약속의 목소리에서 라합은 자애와 신실한 사랑을 느꼈습니다. 라합과 그 가족에게 ‘헤세드’가 부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헤세드는 ‘하나님의 불변의 사랑’이란 뜻입니다. 붉은 줄을 통해 약속된 헤세드는 노아 시대에는 방주로, 출애굽 시대에는 어린 양의 피로 나타났었습니다.

라합은 살몬의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정탐을 마친 살몬 일행이 여리고성을 빠져나가던 날, 3일 동안 산에서 숨어 지내는 그들을 위해 라합은 아마 생전 처음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올렸을 것입니다.

어느 날 큰 나팔 소리와 수많은 사람의 함성이 들리더니 큰 흔들림과 함께 여리고성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어떤 군사보다 가장 먼저 뛰어 들어간 살몬은 창에 매인 붉은 줄을 찾아 라합과 그녀의 가족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둘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살몬은 라합에게서 보아스를 낳고 보아스는 룻에게서 오벳을 낳고 오벳은 이새를 낳고.”(마 1:5)

살몬과 라합은 보아스를 낳았습니다. 가나안 이방 여인을 어머니로 둔 보아스는 역시 이방 나라인 모압의 여인 룻을 아내로 맞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오벳을 낳고, 오벳은 다윗의 아버지인 이새를 낳게 되어 다윗의 후손으로 오신 예수님의 족보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룻이나 라합 같은 이방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가수 강산에의 노래에 등장하는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의 헤엄은 실상 죽음을 향한 몸짓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을 낳기 위해 생명을 버리는 자연의 섭리입니다. 살리기 위해 죽으러 올라가는 연어들을 보고 있자니 하늘 보좌에서 내려와 골고다로 올라가셨던 예수님이 생각납니다.

곽상학 목사(다음세움선교회 대표)

◇곽상학 목사는 다음세대를 믿음의 세대로 세우는 것을 인생의 사명으로 삼고 있으며 유스코스타를 비롯해 수많은 어린이, 청소년 집회를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