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수도권 빌라 전세의 3분의 2가 기존 보증금을 유지한 상태로는 앞으로 보증금 미반환에 대비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낮추지 않는다면 인천 계양구 빌라는 92%가 보증 불가 대상이다. 서울 금천구도 이 비율이 90%에 육박할 것으로 파악됐다. 보증금을 둘러싼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이들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2일 부동산중개업체 집토스 집계를 보면 2022년 서울·경기·인천에서 체결된 연립·다세대주택 전세계약의 66.3%가 올해 같은 금액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보증 가입요건 중 기존 100%였던 담보인정비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올해 90%로 낮아진 결과다.
예를 들어 매매가격이 1억원인 빌라에 전세를 들어가면서 반환보증을 든다면 그동안은 전세금 1억원까지 가입이 가능했지만 올해부터는 9000만원을 넘기면 보증이 거절된다. 이것도 집값이 내려가지 않았을 때 얘기다.
2년 전 HUG 전세보증 요건을 따질 때 집값은 공시가격의 150%, 담보비율은 100%를 인정했다. 이 중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비율은 지난해 140%로 낮아지며 이미 한 차례 전세보증 가입 대상이 줄었다. 2년 전 기준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올해 수도권 빌라 중 전세보증 불가 비중은 37.4%에 그친다. 오는 3월 발표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0% 하락한다면 수도권에서 전세보증에 가입할 수 없는 갱신계약 비율은 77%로 치솟는다.
게다가 이번 분석은 임차인보다 먼저 돈을 받아가는 은행 근저당권 등 선순위 담보채권을 반영하지 않았다. 빌라 상당수가 선순위 채권에 잡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전세보증 가입 불가’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지역별로 올해 만기 빌라 전세를 갱신할 때 보증 가입이 불가한 비율은 인천이 86.2%로 경기(66.5%)나 서울(63.0%)에 비해 유독 높았다. 인천 안에서도 계양구가 92.2%로 초토화 수준이었다. 빌라 10채 중 9채 이상이 전세보증을 들 수 없다는 뜻이다. 서울에서는 금천구, 경기에서는 이천이 각각 87% 정도로 가장 높았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속출한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는 이 비율이 각각 85.0%, 75.5%로 역시 높았다.
서울 용산구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빌라 전세 중 보증 불가 비율이 10.9%에 불과했다. 성동(29.3%) 강남(42.7%) 서초(44.4%)도 낮은 편이었다. 경기에서는 안양 동안(15.8%), 성남 분당(21.4%) 중원(36.3%)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진태인 집토스 중개사업팀장은 “보증 가입 불가 계약 비율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여 향후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특정 지역에 집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