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에서 피습될 당시 현장에 40여명의 경찰이 배치됐지만 피의자가 지지자로 위장한 탓에 습격을 막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도 아니어서 전담 경호팀은 별도로 가동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이 대표의 부산 방문 현장에는 부산 강서경찰서 소속 기동대와 형사 등 경찰관 41명이 배치됐다. 경찰은 통상 당대표급 정치인의 공개일정 중 사람이 많이 몰리거나 우발 상황이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관할서 소속 경찰을 40명 수준으로 배치한다.
다만 이날 배치된 경찰은 이 대표 전담 ‘경호’ 인력은 아니었다. 경찰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한해 경호 경력이 있는 경찰관들로 구성된 전담 보호팀을 가동한다.
경찰은 피의자가 지지자로 위장한 탓에 사전에 그를 위험인물로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김모(66)씨는 ‘내가 이재명’이란 글자가 적힌 종이 왕관을 쓰고 이 대표 지지자 모임을 뜻하는 ‘잼잼 자봉단’ 머리띠까지 두르고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즉시 시도청별로 ‘주요 인사 전담 보호팀’을 조기 가동키로 했다. 60~180명 규모의 전담 보호팀은 당대표 등 주요 인사 방문 시 당과 협의해 안전 대책을 수립하고 핫라인을 구축하게 된다. 관할 서장 등 지휘관들이 현장에서 지휘를 책임지게 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부산경찰청에 즉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건의 경위와 범행 동기, 배후 유무 등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며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피습 직후 부산대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이 대표는 경정맥 손상이 의심돼 헬기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다. 이 대표가 서울대병원으로 온다는 소식에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은 경찰과 취재진, 이 대표 지지자 등 200여명이 뒤엉켰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대표님 응원합니다” “꼭 일어나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한 유튜버가 이 대표를 가까이 보기 위해 돌진하면서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신영 나경연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