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0)씨는 경기도 김포시에서 주방 인테리어용품 제조업체를 15년째 운영하고 있다. 직원 40여명 중 가족이나 지인을 제외한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다. 김씨는 2일 “외국인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라 기숙사 등 숙식까지 제공해가며 일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라고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조선업계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새로 들어오는 협력사 기능직(용접공) 5명 중 4명이 외국인일 정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조선사에 충원된 인력 1만4359명 중 1만2339명(86%)이 외국인이었다. 올해도 50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조선소에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현재 30% 수준인 외국인 용접공 비율이 연내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조선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어느새 조선소는 외국인 천지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 규모를 가리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가 쓰나미처럼 몰려들면서 곧 ‘100만 외국인 노동자’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통계청의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 외국인 취업자는 92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8만명(9.5%) 증가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고용허가제로 4만명이 더 들어왔고, 올해는 최대 16만5000명이 입국할 예정이다.
이들은 어디서 오고 또 어디서 일할까. 취업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조선족으로 불리는 한국계 중국인이 가장 많다. 이어 베트남, 네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출신이 대부분이다.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 서비스업종에서 일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금형, 용접 등 제조업과 건설현장뿐 아니라 택배 상하차, 음식점 주방보조, 호텔 청소 등은 외국인 노동자가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100만명에 육박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예전엔 외국인 불법 체류가 문제였다면 현재는 현장에서의 ‘노노갈등’과 외국인의 세력화를 걱정해야 한다.
제조업체에선 동남아 출신의 2030세대와 40~60대 내국인 직원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내국인 조장과 외국인 조원들 사이에 문화와 세대 차이가 겹치면서 노노갈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끼리 뭉쳐 조직화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SNS를 중심으로 외국인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이 회사가 월급을 더 많이 준다’ ‘이 회사 복지가 좋다’는 식으로 평가하면서 중소도시에서 대도시로, 지방에서 수도권에 있는 회사로 옮기기 위해 꾀병을 부리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 100만명 시대 안착을 위해서는 현장 투입 전 직무, 언어 등 사전교육과 사후관리를 강조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1년을 교육해도 외국인의 생산성이 내국인의 90% 정도밖에 안 된다”며 “본국에서 이뤄지는 한국어 교육과 기초 직무훈련의 질을 높이는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국적과 종교를 고려해 외국인을 현장에 투입하고 출입국관리소 내에 취업비자 체류 서비스를 전담하는 센터를 신설해 관련 인원을 충원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