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로 새해를 시작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 출신의 두 전직 대통령을 잇달아 추모하며 민주당의 정통성이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통합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를 펼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지도부와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앞에서 헌화·분향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호국 영령의 숭고한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어 김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조우해 짧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엔 노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이 대표는 묘역에 헌화한 뒤 노 전 대통령이 안장된 너럭바위에 묵념했다. 이 전 대표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깨어있는 시민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 꼭 만들겠습니다”라고 썼다.
이 대표는 참배 후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이 자리에는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함께했다. 이들은 봉하 쌀로 만든 떡국을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권 여사는 이 대표에게 “거목으로 자랄 때까지 흔들리지 않고 크는 나무가 어디 있겠느냐”면서 “흔들리는 끝에 고통스럽겠지만 그 과정을 통해 단련되고 지혜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무난하기만 하면 어떻게 지혜가 생기겠느냐”고 말했다고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이에 “저희가 더욱더 노력해 다가오는 선거를 잘 준비하겠다. 더 단합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2일에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한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의 현재 상황과 총선 전략 등에 대해 조언을 구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이 대표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새해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치 그러면, 정치인들끼리 모여 뭔가 작전을 하고 협의하고 끌어나간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모든 권력은 오로지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년인사회에서는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어떤 형태도 분열이나 당의 혼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지금이야말로 하나 된 힘으로, 통합된 힘으로 내년 총선에 나아가는 게 용기 있는 태도이고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 대표 등 지도부가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신년인사회에 불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이 이른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다만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