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스타트업과 벤처 업계의 혹한기였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삼고(三高)’로 인해 투자 규모가 급감했다. 업계 전반에 걸쳐 투자가 줄자 도전도 현격히 줄어들었다. 이들의 지난해 목표는 생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도 이런 생존 경쟁을 이어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기업마저 줄줄이 사업을 접고 있는 상황이다.
1일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까지 국내 스타트업·벤처 기업 대상 총 투자건수는 총 1133건이다. 2022년 2003건 대비 43.4%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개업한 스타트업은 95개에 불과한데, 2022년 322개보다 70.5% 감소한 수치다. 2021년 579개와 비교하면 83.6% 줄었다.
투자 감소가 신규 스타트업 개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총투자금액을 보면 지난해에는 6조211억원이 투자됐다. 2022년 같은 기간 13조6802억원이 투자됐던 것을 보면 반 토막 이상이 난 것이다. 투자 1건당 투자 규모도 같은 기간 68억원에서 5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기업들은 생존 경쟁에 밀려 문을 닫는 중이다. 지난해 1~12월 23일까지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중 146곳이 폐업했다. 2022년 150개보다 2.7% 적지만, 2021년 114개 대비 28.1% 증가했다.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유니콘 기업으로 평가받던 스타트업이 문을 닫고 있다. 전기 스쿠터 공유 업체 ‘버드’는 지난 20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며 거래가 정지됐다. 글로벌 공유오피스 1위 업체 ‘위워크(Wework)’는 심각한 경영난 끝에 결국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미래의 유니콘으로 주목받던 스타트업들도 문을 닫았다. 반려동물 돌봄 원격 의료 스타트업인 ‘퍼지(Fuzzy)’는 2016년 설립돼 8000만 달러(약 1039억원)를 투자받았지만 지난해 문을 닫았다. 소셜미디어(SNS) 스타트업인 ‘IRL’은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 등에서 2억 달러(약 2598억원)를 조달해 한때 평가액이 11억7000만 달러(약 1조5198억원)였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문을 닫았다. 미국 화상회의 솔루션 스타트업 ‘호핀(Hopin)’과 음성 SNS ‘클럽하우스(Clubhouse)’ 등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반짝 이용자 수가 늘어났다가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