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모(28)씨에게 마약류를 불법 처방한 혐의를 받는 의사 염모씨가 구속되면서 신씨의 마약류 불법 투약 혐의 수사가 탄력받을 전망이다. 경찰은 마약류 처방 경위를 놓고 신씨와 염씨가 서로 다른 진술을 한 점에 주목하고 신씨가 치료를 빙자한 마약류 쇼핑을 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구치소 일정이 조율되는 대로 신씨를 불러 불법 마약류 투약 혐의를 조사할 계획이다.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서울 강남에서 약물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를 몰다 행인을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위험운전치사·도주치사 등)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미다졸람 등 마약류 투약 혐의는 경찰이 계속 수사 중이었다. 그는 사건 당일 오전부터 염씨가 운영한 N성형외과에 입원해 마약류를 불법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염씨가 지난 27일 신씨에게 불법적으로 마약류를 처방했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신씨 혐의 입증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다는 입장이다. 조만간 이뤄질 신씨 소환조사는 그의 혐의를 최종 확정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신씨의 마약류 투약 혐의 조사는 지난해 11월이 마지막이었다.
경찰은 마약류 투약 및 처방 경위를 두고 신씨와 염씨의 진술이 엇갈린 점에 주목한다. 신씨는 ‘지루성 피부염 치료를 위한 정상적인 투약이었다’고 주장한 반면 염씨는 ‘미용 시술(슈링크 시술)을 위해서 합법 처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경우 모두 일반적으로 수면 마취를 해야 하는 의료행위가 아니다. 또 신씨는 사고 직후 N성형외과에 들렀는데 문이 닫혀 있어 염씨를 만나지 못했다. 경찰은 신씨가 입을 맞추려다 실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염씨가 신씨의 진료기록을 거짓으로 기재했다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기록을 삭제한 사실도 파악했다. 피해자 유족 법률대리인 권나원 변호사는 “마약류 쇼핑이 아니라면 처방에 대한 둘의 진술이 엇갈릴 이유도, 염씨가 진료기록을 삭제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