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 경착륙 우려… 당분간 중물가·중금리 시대”

입력 2024-01-02 04:08

올해 주요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길어지면 실물경기의 경착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중물가-중금리’ 시대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그룹 산하 현대경제연구원이 1일 발간한 ‘2024년 글로벌 트렌드 7가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베이징(19.5%) 샌프란시스코(17.3%) 등 주요국 오피스 공실률은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또 지난해 10월 기준 유럽과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 고점 대비 각각 22.1%, 18.2% 떨어진 상태다. 이형석 현경연 연구위원은 “미국 부동산 대출 부실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중소 은행에 대한 건전성 우려를 낳으면서 디지털 뱅크런(온라인·모바일뱅킹 발달로 예금이 단시간에 대규모로 인출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2000~2010년대를 거친 저물가 시대는 앞으로 상당 기간 도래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탈세계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중물가가 뿌리내리고 각국 중앙은행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물가상승률 2%’라는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도 수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정치 부문의 키워드로는 ‘우(右)로 정렬하는 세계’와 ‘군비 경쟁의 재림’을 선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이 현실화하면 이민법 강화, 보복관세 확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강력한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분쟁 중인 국가(지역)는 총 19개국으로, 지정학 리스크 고조 속에 세계적으로 군비 지출을 확대하는 흐름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군비 경쟁은 안보는 물론 원자재 가격 불안, 공급망 차질 등 경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산업·기술, 환경, 사회·문화 추세로는 ‘우주경제 경쟁의 격화’ ‘그린래시(Greenlash·친환경 정책에 반대하는 현상)의 역습’ ‘디지털 범죄의 진화’가 각각 꼽혔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