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정신 있나”… 출마 바람에 검찰 내부도 눈총

입력 2024-01-01 00:03
국민일보DB

현직 부장검사 두 명이 총선 출마 행보로 감찰을 받게 되자 검찰 내부에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명 ‘황운하 판례’로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은 현직 공무원의 총선 출마가 가능해진 상황이라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검찰청은 지난 29일 김상민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 부장검사를 대전고검으로, 박대범 마산지청장을 광주고검으로 인사 조치했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추석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등의 문자메시지를 고향인 창원 지역민에게 뿌려 물의를 빚자 안부 문자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검사장 경고’ 조치로 감찰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자 사표를 내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박 지청장도 총선 출마와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한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격노한 이원석 검찰총장은 엄중한 감찰을 지시했다. 마산지청에는 특별감찰반이 급파됐고, 김 부장검사가 SNS에 올린 출판기념회 홍보글은 별도 감찰 대상이 됐다. 수도권의 한 검찰 간부는 31일 “현직 검사가 어떻게 이런 짓을 하느냐. 내부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다”며 “이러면 누가 검찰 수사를 믿고 맡길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신성식 전 수원지검장도 앞서 사의를 표명하고 북 콘서트를 열었다.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퇴직을 허용할 수 없도록 한 현행법 때문에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지만 현실적으로 이들의 출마를 막기는 어렵다. 공직선거법상 기한 내 사직서를 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고 본 판례가 있기 때문이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연루된 상황에서 지난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선무효 소송이 제기됐지만 대법원은 “사표 접수 시점에 직을 그만둔 것으로 간주된다”고 판단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업에 재직하다 다음 날부터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그전부터 준비했다는 걸로 볼 수밖에 없고, 이는 명백히 검찰의 중립성을 어겼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합리적인 출마 금지기간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주언 신지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