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요 연구기관이 새해 한국 경제가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보다 낮아지는 ‘상고하저’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성장률은 2.0% 안팎으로 전망했다.
31일 국책연구기관과 민간 연구소, 국제기구, 증권사 등 20개 기관이 전망한 2024년 한국 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종합하면 평균 2.0%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난 7월 전망한 2.4%보다 낮은 수치다. 소비자물가는 평균 2.6%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기관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한 반도체 분야 수출 회복세는 양호하지만 내수 증가세는 둔화해 2% 안팎의 더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은 “내수는 통화 긴축의 영향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회복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가상승률도 안심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물가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안정목표를 상당히 상회해 당분간 긴축적인 거시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제기구와 정부 관련 기관의 평가가 비교적 후한 편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나란히 20개 기관 평균을 상회하는 2.3%와 2.2%를 전망치로 제시했다. KDI와 한은의 예측도 2.2%와 2.1%로 모두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일부 민간 경제연구소와 증권사의 전망은 1%대까지 낮아진다. LG경영연구원과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한국 경제가 각각 1.8%, 1.7% 성장하는 데 그친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회복됐던 것과 달리 새해는 상반기까진 성장세가 이어지다 하반기에는 동력이 떨어지는 ‘상고하저’ 추세를 전망한 기관이 많았다. 20개 기관의 상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2%로 하반기(1.9%)보다 0.3% 포인트 높았다.
이런 가운데 예산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배정하는 정부의 관성적인 조기 집행 편성이 경기 대응 여력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새해 예산 550조원 중 412조5000억원(75.0%)을 상반기에 배정했다고 밝혔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조기 집행 목표치도 중앙재정 기준 지난해(65.0%) 수준의 높은 수치를 유지할 전망이다.
예산 조기 집행 제도는 예산 불용률을 줄이고 연말에 예산을 ‘몰아 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처럼 ‘상저하고’ 상황에서는 상반기 예산 집중 투입으로 경기에 대응하는 효과도 있다. 문제는 반대로 하반기 경기가 부진할 때 일찌감치 재정 여력이 동나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조기 집행에 드는 비용도 적지 않다. 정부는 세입·세출 불일치로 조기 집행 재원이 모자랄 경우 한은 단기차입과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이를 조달한다. 정부는 지난해 9월까지 한은에서 113조6000억원을 차입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비용만 1500억원이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