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 공방전을 벌였다. 러시아가 지난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해 무차별적 대규모 공습을 단행하자 우크라이나는 곧바로 이튿날 러시아 영토를 직접 타격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의 주지사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는 31일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전날 벌인 공습으로 벨고로드에서 민간인 24명이 사망하고 108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중 어린이가 최소 4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파트 건물 453채, 차량 53대 등이 훼손되거나 파괴됐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러시아군이 로켓과 미사일 13발을 요격하며 대부분 격추했지만 일부 파편이 이 지역에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약 30㎞ 떨어진 벨고로드에는 33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러시아 영토를 직접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은 단일 건으로는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SNS에 공개된 공습 직후 벨고로드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면 시신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고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전쟁을 모스크바 문턱까지 가져가겠다는 우크라이나의 결의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 공격은 전날 발생한 러시아군의 공습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29일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와 하르키우·오데사·드니프로 등 주요 도시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 공습으로 최소 40명이 숨지고 160명 이상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하루 동안 러시아 미사일 122발과 드론 36대가 발사된 것으로 파악했는데, 이는 개전 이후 최대 규모다.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를 향해 발사된 러시아 미사일 중 하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영공을 지나가 한때 역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싸움의 이해관계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훨씬 넘어섰다”며 “러시아는 나토 동맹 전체와 유럽 안보, 대서양 횡단 관계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