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이 ‘상의 탈의’ 세리머니를 했다. 그때 전 세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브라톱을 연상시키는 검정 조끼였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로 주목받는 ‘야구괴물’ 오타니 쇼헤이가 훈련 때마다 팔꿈치에 차는 검은색 밴드도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아이템이다. 두 제품의 공통점은? 단순한 신체보호장구가 아니라 첨단기술을 탑재한 웨어러블 스포츠 장비라는 점이다.
선수의 몸 상태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술을 전자퍼포먼스추적시스템(EPTS)이라고 부른다. 스마트워치로 불리는 애플워치나 삼성전자 갤럭시워치와는 다르다. EPTS는 ‘스포츠테크’ 스타트업들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더 고도화한 IT기술을 접목했다.
스포츠테크는 다양한 종목에 쓰이지만 특히 눈에 띄는 분야가 구기 종목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독일 대표팀은 자국 소프트웨어 기업 ‘SAP’가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경기 전략을 준비해 성과를 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독일 월드컵 대표팀의 12번째 선수는 빅데이터”라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도 스포츠테크가 태동하고 있다. 2018년 설립된 스포츠테크 기업 큐엠아이티는 스포츠 선수 관리 솔루션 ‘플코(plco)’를 선보였다. 플코는 선수의 피로도와 스트레스 지수, 수면 시간, 운동 강도 등의 데이터에 기반해 실시간 신체 분석 자료를 제공한다. 선수들이 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부상을 예방할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코치나 감독, 팀과 공유해 효율적인 훈련과 경기 준비를 돕는다. 큐엠아이티는 프로축구연맹과 광주FC, 경남FC, 부천FC 등 프로축구 구단 및 주요 협회·단체를 시작으로 최근 흥국생명(여자배구), 우리카드(남자배구), 신한은행(여자농구), 현대글로비스(럭비), OK금융그룹(럭비) 등으로 고객사를 확대 중이다.
일반인 대상 스포츠테크 개발도 활발하다. ‘모아이스’는 골프 대중화 시대에 걸맞게 딥러닝 기술을 접목한 골프 스윙 자세 교정 플랫폼 ‘골프픽스’를 내놨다. AI가 촬영된 스윙 자세를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내고 올바른 방식을 지도해준다.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시작한 ‘솔티드’는 신발 깔창의 센서로 스윙 시 발의 압력과 체중 이동 정보를 분석해 자세를 개선하고 비거리를 늘리는 데 도움을 준다.
LG이노텍 사내벤처로 나온 ‘모티’는 디지털 웨이트 머신 ‘모티브(motyv)’를 개발했다. 기존 역기나 아령과 달리 모터 정밀제어 기술로 만든 근력운동 기구다. 모터에 장착한 센서로 사용자의 근력을 측정한 뒤 개인에 맞는 부하(무게감)를 준다. 모티브는 맞춤형 근력 운동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도와준다. 피트니스 데이터 분석 기업 ‘라이덕’은 사이클 중심의 유산소 운동 데이터를 AI로 분석·예측하고 체계적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US에 따르면 전 세계 스포츠테크 시장규모는 2022년 159억 달러(약 20조6540억 원)에서 매년 평균 18% 성장해 2032년에는 792억 달러(약 102조881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컨설팅업체 딜로이트 글로벌은 전 세계 스포츠테크 시장이 2021년부터 매년 17.9%씩 커져 2026년 40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