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이재명, 대표로 첫 만남… “국민을 향한 정치 공통점”

입력 2023-12-30 04: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건설적인 대화를 많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이 대표는 “가치적으로 대립되는 것이 아닌 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연합뉴스

연일 날을 세웠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 자리에서 악수하는 장면이 29일 처음 연출됐다. 민주당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클럽 의혹 특검)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지 하루만이다.

한 위원장은 오후 이 대표를 만나기 위해 국회 내 민주당 대표실을 찾았다. 이 대표는 “악수 한 번 할까요”라며 먼저 말을 걸었다. 한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여당과 야당 대표로서 국민을 향한 정치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표님 말씀 많이 듣고 가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비록 다른 입장에 있다고 할지라도 주어진 책임은 국민이 맡긴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피해자분들이 소망하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정치권이 외면하지 말자”고 말했다. ‘선(先)구제 후(後)구상’ 문제로 여야 대치 중인 전세사기특별법 처리도 요청했다.

이들 만남은 19분간 이어졌다. 한 위원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언급한 민생 법안들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논의하자는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선거제도에 대해 조속히 잘 처리할 수 있도록 여야 간에 협조하고 두 분 대표들이 빨리 정리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이태원참사특별법과 선거제를 조속히 결정하자는 취지의 대화가 있었다”고 했다. ‘김건희특검법’의 재표결 시기 등에 관해선 언급되지 않았다고 권 수석대변인은 덧붙였다.

다만 한 위원장은 예방 직후 ‘김건희특검법’에 대해 기자들에게 “총선을 그걸로 뒤덮고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명백한 악법”이라며 “거부권은 국민을 위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월 9일, 10일에도 생방송으로 때려가지고 국민들이 어떻게 정상적인 선택을 하겠나”고 반문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국회에서 첫 비대위 회의를 열고 당직자 인선을 발표했다. 내년 총선 실무를 지휘할 사무총장에 판사 출신의 초선 장동혁 의원을 임명해 주목을 끌었다. 당 살림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중진이 아닌 초선이 임명된 것은 이례적이다. 평균연령 43.7세인 지명직 비대위원에 이어 세대교체 차원에서 파격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연구원장에는 홍영림 전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가 선임됐다. 비대위 대변인에는 호준석 전 YTN 앵커가 내정됐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첫 메시지로 ‘화합’을 부각했다. 그는 “당 구성원과 동료들에 하고 싶은 말은 우리 내부에서 궁중암투나 합종연횡하듯 사극 찍고 삼국지정치 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로 동료시민을 위한 좋은 정책을 만들어 설명하고 상대 당의 왜곡과 선동에 맞서자”고 당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