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시대’ 맞아 글로벌 방산업계 호황

입력 2023-12-29 04:03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된 여파로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요 방산업체 중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가 27일(현지시간) 영국 BAE시스템즈 등 세계 15대 방산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이들 업체의 수주 잔고는 총 7776억 달러(약 1000조원)로, 2020년 7012억 달러보다 10.89%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하면서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무기 수출 계약은 주문일부터 인도일까지 기간이 길어서 실제 매출이 회계에 반영되기까지 보통 2년가량이 걸린다.

올해도 사상 최고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15개 기업의 올해 상반기 수주 잔고는 7640억 달러로 이미 지난해 수준에 근접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격하며 군사적 위협을 실감한 동유럽 국가들이 군비 증강을 가속화한 영향이다.

지난해 전 세계 국가들의 군비 지출 총액은 전년 대비 3.7% 늘어난 2조24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FT는 “각국 정부가 탄약과 탱크의 신규 주문을 발표하며 30년 만에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며 “특히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며 고갈된 군수물자 비축량을 보강하기 위해 막대한 군비를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폴란드를 중심으로 동유럽 시장에서 길을 열며 글로벌 방산 시장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고는 폴란드와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2020년 24억 달러에서 2022년 152억 달러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국제 무기 이전 동향’에서 2000년 무기 판매국 순위 31위였던 한국은 지난해 9위로 뛰어올랐다.

다만 세계 100대 방산업체의 지난해 무기·군사 서비스 판매 수익은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신규 주문이 폭주하고 있지만 공급망 교란과 노동력 부족 등으로 양산 능력을 갖추는 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