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융 당국에 구조 요청을 보낸 지 약 3개월 만이다. 금융 당국은 태영건설에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뼈를 깎는 고강도 자구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 아파트 분양자와 협력사를 보호하고 건설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태영건설은 이날 ‘채권은행 등의 관리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곧바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태영건설의 철저한 자구 노력을 유도하고 채권단을 잘 설득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시공능력평가 16위인 태영건설은 현재 전국 사업장 22곳에서 1만9870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있다. 이 중 14곳, 1만2400가구는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분양 보증 중이라 안전하다. 정부는 나머지 8곳에서 태영건설이 공사를 이어가도록 하되 필요하면 시공사를 바꿔 입주에 문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태영건설 협력사 580곳은 하도급 계약 1100건 중 96%에 이르는 1060건이 건설공제조합 대금 지급 보증에 가입돼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
금융 당국은 시장 및 건설업 전반으로 위기가 전이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이종렬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금융안정보고서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다만 시장에 불안심리가 퍼지는 일을 막기 위해 시장안정 조치를 추가하기로 했다. 우선 시장이 얼어붙어 다른 건설사의 회사채·기업어음(CP)이 안 팔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 시행한다. 건설업계의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이 투자자에게 외면받아 차환에 실패하는 경우 장기대출로 전환하는 것도 도울 예정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F(Finance)4’ 회의 멤버들은 29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건설사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부동산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며 금융권에 “부동산 PF 만기를 무조건 연장하라”고 종용하던 금융 당국이 최근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이 원장이 지난 12일 밝힌 “사업성이 미비하거나 재무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에는 시장 원칙에 따라 자기 책임 원칙을 묻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당국의 입장 선회 신호로 받아들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이 태영건설 정상화 실패를 염두에 두고 건설업계와 금융권에 미칠 영향을 시뮬레이션해봤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