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순위 16위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까지 가도록 탈이 난 건 공격적으로 늘려온 자체 개발 사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건설업계 자금난이 더 심해지고 신규 개발 사업이 급감하면서 건설 경기 및 분양시장 침체가 한층 깊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패닉 기브업’(Panic Give-up·혼란 속 사업 포기) 우려도 새어나온다.
태영건설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에 기인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돼 통보받았다”며 “이에 따라 해당 법에 따른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우발채무는 부동산 개발에 참여한 시공사가 PF 대출 보증을 선 뒤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을 때 직접 떠안게 되는 빚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1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로 어둡게 바꾸면서 ‘과중한 PF 우발채무’를 주요 이유로 들었다. ‘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PF 우발채무’만 약 1조원으로 추산했다.
태영건설은 입장문에서 산은의 부실징후기업 지정으로 어쩔 수 없이 워크아웃을 선택하게 됐다는 인상을 풍겼지만 당장 이날 만기가 도래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의 PF 대출 48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태영건설이 내년 4분기까지 갚아야 하는 부동산 PF 보증 채무를 올해 11월 말 기준 3조6027억원으로 추산했다.
대부분 주요 건설사가 직접 개발(시행)을 지양하는 것과 달리 태영건설은 상당수 사업의 시행을 자처하면서 리스크를 키웠다. 시공사로 나설 때는 발주처로부터 공사를 따내기 위해 연대보증 규모를 크게 잡은 것도 막대한 빚더미에 앉은 원인이다. 지방 사업장이 많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더욱 취약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이 태영건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중소·중견 건설사들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엔 PF 대출을 못 막는 사업장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로 건설업계 금융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 고금리 환경에서 건설사들이 패닉 기브업을 할 수 있고 그러면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커져 주택 미분양 등으로 악순환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