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개시 결정 1월 11일 분수령… 알짜기업 내놓을까

입력 2023-12-29 04:05
28일 대출 만기가 도래한 태영건설의 서울 성동구 개발사업 부지. 태영건설이 이날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지주사 TY홀딩스가 앞으로 내놓게 될 추가 정상화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권현구 기자

태영건설이 28일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공은 KDB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에 넘어갔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자구 계획을 내놔야 한다. 태영그룹 지주사 TY홀딩스가 주요 계열사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어떤 추가 자구책을 내놓을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산업은행은 28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 채권자 협의회 소집을 통보했다. 첫 단계는 채권단의 워크아웃 개시 동의다. 채권단은 소집 통지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 1차 협의회를 개최하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태영건설 회생의 첫 번째 분기점은 ‘1월 11일’이 될 전망이다. 그에 앞서 산업은행은 내달 3일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과 자구 계획, 협의회 안건 등을 설명하는 채권자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75% 이상 동의하면 개시된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협의회 소집통보일을 기준으로 1개월간(자산부채 실사 필요 시 3개월) 채권 행사를 유예한다. 해당 기간 주채권은행은 실사 등을 거쳐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한다. 채권단은 채권 행사 유예기간 동안 자구책을 의결하고, 의결 이후 1개월 이내에 기업개선계획을 약정하는 순서로 워크아웃 절차가 진행된다.

워크아웃 개시라는 첫 번째 산을 넘기 위해 태영건설은 채권단에 납득할 만한 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태영건설은 이미 1조원 이상의 자구노력을 진행했지만 금융 당국은 강도 높은 노력을 거듭 요청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골프장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자구 노력을 했고 대주주가 사재 출연도 일부 한 것으로 안다”며 “(워크아웃 진행을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강도 높고 충분한 자구 노력이 대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 자구책으로는 TY홀딩스가 에코비트나 SBS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거나 지분을 일부 또는 전량 매각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종합환경기업인 에코비트는 가치가 수조원으로 평가되는 알짜기업이다. 이미 에코비트 지분 50%를 보유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매각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SBS 지분 매각도 시장에서 관심이 크지만 아직까지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이 필요할 뿐 아니라 매수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채권단 압박으로 SBS를 매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TY홀딩스와 방문신 SBS 사장은 이날 SBS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SBS의 경영과 미래가치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SBS 주식 매각이나 담보 제공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일축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