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보통합’ 예산 일부를 저출산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이관하는 10조원 규모의 보육 예산 가운데 일부를 저출산 대책에 사용하고, 유보통합 소요 예산 부족분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2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전문가들로부터 유보통합 예산을 저출산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받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유보통합은 영유아 보육에 방점이 찍힌 어린이집과 교육에 목적을 둔 유치원을 일원화하는 정책이다. 2025년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유보통합 추진으로 당장 복지부에서 교육부로 소관 부처가 바뀌면 보육기관(어린이집)에 지원하던 복지부의 돌봄 예산 10조원가량이 교육부로 이관된다. 이때 보육사업 일부를 교육청 사무로 전환하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투입할 수 있다. 그만큼 남는 예산을 저출산 예산으로 돌릴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관련 논의에 참여한 전문가는 “교부금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보육 예산까지 얹어 줄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교육청은 0~4세로 교육대상 범위를 넓히고, 중앙정부는 세이브(보전)한 예산을 저출산에 투입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저고위 관계자는 “이 방안을 포함해 재원 마련 가능성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배경에는 저출산 재원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는 일·가정 양립인데, 현재 고용보험기금만으로는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파격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가 없다. 저고위는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쌓아둔 80조원 가량의 교육세와 교부금을 ‘인구교육세’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물론 내부에서도 “수년간 기획재정부도 교부금을 다른 쪽으로 돌리려고 작업했지만 저항이 컸다. 정치적 역학관계도 고려해야 한다”며 다소 부정적 평가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토 과정에서 최대 관건은 유보통합 예산을 끌어올 경우 실제 저출산 예산으로 어디까지 확보할 수 있느냐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에 필요한 돈을 교부금에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가뜩이나 교육청이 유보통합으로 지방 교육재정을 써야 하는 상황이어서 복지부의 보육 예산 전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결단이 뒷받침돼야만 저출산 극복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