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기획재정부 2차관에 김윤상 조달청장을 임명하는 등 4명의 차관과 2명의 차관급 인사를 단행했다.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는 차관급 인사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성격의 인사였다. 다만 이번에 물러나는 일부 차관은 임명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선에 차출돼 국정운영보다 선거를 의식한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임 국토교통부 1차관에는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이, 해양수산부 차관에는 송명달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다. 여성가족부 차관에는 신영숙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이 임명됐다. 차관급인 국무총리 비서실장에는 손영택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이, 조달청장에는 임기근 기재부 재정관리관이 각각 기용됐다. 손 신임 비서실장은 이날 바로 임기를 시작했고, 다른 차관급 인사들은 28일자로 임명된다.
대통령실은 “김윤상 2차관은 재정·예산 정책을 오랜 기간 담당하면서 탁월한 업무역량을 발휘해 온 정통 재정관료”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진현환 1차관과 송명달 차관 역시 각각 국토부와 해수부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요직을 두루 거친 관료다.
신영숙 차관은 공무원소청위원 등 인적자원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정통관료다. 특히 신 차관의 배우자는 이기일 현 보건복지부 1차관으로 이번 인선에서 ‘부부 차관’이 탄생하는 이색 기록도 나왔다.
이번에 교체된 전임 차관급 인사 중 5명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전망이다. 김완섭 기재부 2차관은 강원 원주을, 박성훈 해수부 차관은 부산 해운대갑, 김오진 국토부 차관은 대구 달서갑, 박성근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부산 중·영도, 이기순 여가부 차관은 세종 등 충청지역 출마를 각각 노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 물러나 총선에 나설 전직 차관 중 이기순 차관을 제외한 4명은 지난 6월 임명돼 근무기간이 6개월 안팎이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통화에서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의미를 모르는 것 같다”며 “총선에 ‘올인’하다 보니 국정의 안정적 운영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해 이달 들어 19개 부처 중 8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도 ‘총선용 개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방 장관,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조승환 해수부 장관,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교체 이후 총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또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과 김은혜 전 홍보수석, 안상훈 전 사회수석 등 대통령실의 수석급 전직 참모들도 총선 채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총선에 나서는 전직 장·차관과 전직 수석급 참모들을 합치면 최소 16명이다. 여기에다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까지 합치면 윤석열정부에 몸담았던 40~50명의 인사가 총선에 나설 것으로 추산된다.
정현수 신용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