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받던 배우 이선균(4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이씨의 사생활이 유튜브와 일부 언론을 통해 과도하게 공개되고,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7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성북구의 한 한옥마을 체험관 앞 공터에 세워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이후 소방은 이씨 시신을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이송했다.
이씨는 전날 오후 11시32분쯤 은색 SUV차량을 몰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인근 CCTV에 이씨 차량과 동종의 차량이 현장으로 향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경찰은 발견 시점보다 한참 전에 이씨가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숨지기 전 행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망 시각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최초 신고자는 이씨 매니저였다. 그는 이날 오전 이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이씨 거주지를 찾았다. 이곳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발견하고 10시12분쯤 서울 강남경찰서 112에 신고했다. 이씨는 수사에 따른 이미지 타격과 이로 인해 물어줘야 할 광고와 영화 위약금에 대한 부담감을 언급하며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마약 투약 의혹은 지난 10월 19일 ‘톱스타 L씨 마약 혐의로 내사 중’이라는 한 지역 언론 보도로 시작됐다. 이후 인천경찰청 마약수사계는 “40대 남성 L씨 등 8명에 대해 입건 전 조사(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찰은 같은 달 23일 이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간이 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검사에서 모두 음성 반응이 나오면서 경찰 수사는 난항을 겪었다. 같은 시점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35)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이 유흥업소 여실장 A씨의 진술만으로 무리하게 수사에 착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A씨는 이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뒤 이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도 받는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추가 조사를 이어갔다. 음성 반응이 나와 직접 증거를 확보하진 못했으나 혐의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정황증거를 다수 갖고 있다고 경찰은 강조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 내내 이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씨는 지난 23일 3차 조사를 마치고 나와 “(경찰이) A씨와 제 진술 중 어느 쪽이 신빙성이 있는지 잘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 측은 숨지기 전날인 26일 경찰 측에 결백함을 증명하겠다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요청했다.
수사 과정이 연일 공개되고 비난 여론이 확산하면서 이씨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혐의 입증과는 상관없는 A씨와의 사적인 통화 녹취록이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와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논란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유튜브의 선정적 콘텐츠, ‘모욕주기’로 보이는 일부 언론 보도가 이씨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각종 콘텐츠와 언론 보도들이 쏟아지면서 이씨는 상당한 괴로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나치게 앞서가는 언론의 보도, 경찰의 섣부른 언론 대응으로 이씨는 사회적 단죄가 됐다”며 사회적 타살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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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 김용현 김재환 백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