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 사칭한 분 절대존엄 모셔”… 이틀째 거침 없는 입

입력 2023-12-28 04:06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국회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답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돈을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을 상징하는 분들을 (비대위원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한형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는지 묻고 싶다”고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이 한 위원장 인선에 대해 ‘검찰당’이라고 비판하자 한 위원장은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이던 2002년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거론하며 역공을 가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전날 취임 일성으로 ‘운동권 특권정치 청산’을 강조한 데 이어 비대위원장 등판 이후 이틀 연속 이 대표와 민주당을 싸잡아 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국민의 중요한 도구”라며 “어떤 특정한 목적을 위해 검찰을 악마화하는 건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당연히 비(非)정치인 위주”라며 “정치인 위주로 할 거라면 제가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다만 ‘789’(1970·80·90년대생) 비대위 구성 관측에 대해서는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라는 말은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또 “이창호 (바둑) 사범은 10대에 세계를 제패했고, 조지 포먼(미국 권투선수)은 제 나이 때 헤비급 챔피언을 했고, 히치콕 감독은 60살 때 (영화) ‘사이코’를 만들었다”면서 “열정과 동료 시민에 봉사하겠다는 선의에 나이 제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28일 강행 처리를 예고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한 위원장은 ‘총선용 악법’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총선 직전인) 4월 8일, 9일, 10일(선거일)에도 계속 생중계한다는 거 아닌가”라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국민 선택권 침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에서는 한 위원장의 거침없는 화력에 들뜬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위원장이 등판 이후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가 펼쳐지면서 민주당에 무기력하게 끌려가던 당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반겼다. 취임 연설에서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가사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명언(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을 차용한 것을 두고 기존 ‘여의도 문법’을 탈피했다는 호평도 나왔다.

다만 한 위원장이 민주당을 겨냥해 ‘개딸 전체주의’나 ‘숙주’ 등의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다소 과격하다는 우려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한 위원장 발언에는 민주당에 대한 분노는 느껴지지만 정작 국민의힘에 대한 애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빠른 발언 속도가 불안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1일 한 위원장 지명 이후 6일 만에 1억4000여만원의 후원금이 당으로 모였다고 밝혔다. ‘한동훈 컨벤션 효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이 후원금을 서민과 약자를 돕는 정책 개발에 사용하기로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