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문 12년 되는 날 탈당한 李… ‘제3지대’ 구심점 될까

입력 2023-12-28 04:02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노원구의 한 음식점에서 국민의힘 탈당 및 신당 창당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 출마와 관련,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버려본 적 없다”고 말했다. 윤웅 기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국민의힘 탈당과 ‘개혁신당’(가칭)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이 전 대표는 정확히 12년 전인 2011년 12월 27일, 한나라당 ‘박근혜 비대위원회’에 합류하며 정계에 입문했었다. 정치권에선 ‘이준석 신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이준석 신당’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면서 가시밭길을 걷게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상계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동시에 국민의힘에 제가 갖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며 “과거의 영광과 유산에 미련을 둔 사람은 선명한 미래를 그릴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겨냥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 해도 계속 말 위에서 다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인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받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상대 정치세력을 악의 상징, 빌런(악당)으로 만들어 콜로세움에 세우는 검투사 정치는 ‘월륜’, 즉 보름달과 같아지게 돼 있고, 미래를 이야기하는 생산적인 정치는 ‘월신’, 초승달과 같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신고서를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창당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당 창당은 최대한 빠르게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당과 한동훈 비대위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한동훈 (전) 장관과 나는 경쟁자 관계로 들어섰다”면서 “한 장관을 넘어서느냐가 내 도전과제는 아니다. 다수 의석 획득이 정당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 국민의힘과의 재결합 가능성은 일축했다. 다만 제3지대와의 연대 가능성은 열어놨다. 이 전 대표는 “상계동에서 정치하셨던 노회찬 전 의원이 하고자 했던 ‘노동의 가치’까지는 당연히 편입할 생각이다. 다양한 스펙트럼과 함께하겠다”며 “양향자 의원, 금태섭 전 의원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상계동에 출마하겠다는 생각을 잠시도 버려본 적 없다”면서도 “신당을 하게 되면 여러 다른 역할을 부여받을 수도 있다. 그것에 맞게 거취 선택을 하겠다”고 답했다. 이 전 대표는 과거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차례 상계동이 포함된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해 낙선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 탈당에 대해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뜻하는 바를 이루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