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기록적 폭우가 내린 지난해 8월 서울 강남역 인근 맨홀에 빠져 사망한 중년 남매의 유족이 서초구로부터 16억여원의 배상금을 받게 됐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재판장 허준서)는 50대 누나 A씨와 40대 남동생 B씨의 유족들이 서초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맨홀의 설치·관리상 하자로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도로 관리청인 서초구에 배상 책임이 있다”며 16억4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8일 저녁 서초구 강남역 일대에서 차량으로 이동하다 시간당 약 100㎜가 넘는 비로 차의 시동이 꺼지자 내려서 대피했다. 폭우가 소강상태에 들자 귀가하기 위해 도로를 건너던 남매는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숨졌다.
법원은 강남역에서 잦은 침수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맨홀 뚜껑을 관리하지 못한 서초구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맨홀 뚜껑이 이탈해 열린 채 방치돼 있었으므로 그 자체로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었다”고 판시했다.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라는 서초구 주장에는 “(더 적은 비가 내린) 2011년 7월에도 맨홀 뚜껑 이탈이 발생했으므로 천재지변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도로 상태를 주의 깊게 확인하고 건넜어야 했다”며 서초구의 책임을 80%로 제한해 배상액을 정했다.
양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