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차장도 프차 차렸대” 종사자 100만명 시대

입력 2023-12-27 04:08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 중인 김모(30)씨는 주변에서 성공한 ‘어린 사장님’으로 통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던 2020년에 창업에 뛰어든 뒤 지금까지 살아남아 벌써 3호점까지 냈다. 김씨는 “어릴 적부터 외식업이 꿈이었다”며 “4000만원 남짓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꾸릴 수 있어 프랜차이즈 업종을 택했다”고 했다.

자영업이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재편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2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조사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프랜차이즈 종사자 수는 94만2000명으로 1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출액도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가맹점 수는 전년보다 9.7% 늘어난 28만5597곳이다. 모두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최대다. 통계청 관계자는 “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이 본격화하고 고물가가 매출에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 성장의 근본적인 배경으론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가 지목된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올해 2분기 분기 기준 처음으로 20%대가 깨지며 과거보다 줄어드는 추세지만 일본(9.8%, 2021년 기준) 미국(6.6%) 등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프랜차이즈의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인기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 폐업률이 치솟고 불확실성이 가중되자 창업 수요가 프랜차이즈로 자연스레 옮겨갔다는 분석이다. 예비 점주는 프랜차이즈 모델로 레시피, 마케팅, 고객관리법 등 창업에 필요한 전반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브랜드 파워에 힘입은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일정한 매출 확보도 가능하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프랜차이즈 창업에 2040 젊은층이 대거 유입되는 것도 프랜차이즈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직장을 다니다 창업을 택하는 ‘젊은 사장님’들이 늘고 있다. 키오스크 도입 등 디지털 전환도 ‘세대교체’를 돕는다. 한요셉 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연구팀장은 “창업을 하나의 기회로 여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가맹점 종사자 수는 커피·비알코올음료(28.2%), 생맥주·기타주점(27.1%), 외국식(양식 레스토랑·24.0%) 등에서 많이 늘어났다. 종사자 수 증가에는 취업 대신 ‘알바’를 택하거나 제조업 현장직을 꺼리는 ‘프리터족’의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미스매칭’에 카페, 빵집 알바로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의 다른 조사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20대 취업자 중 23%는 주 36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였다.

포화상태에 이른 프랜차이즈 시장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퇴 이후 일자리가 없어 창업에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개혁으로 비자발적 점주 비중의 점진적인 축소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