宋 싱크탱크가 불법자금 통로?… 판례는 세미나 비용도 유죄

입력 2023-12-27 04:05
사진=연합뉴스

송영길(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구속 후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하며 향후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에선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기소된 뒤 법정에서 혐의를 다투겠다는 취지다. 재판이 본격화하면 송 전 대표의 외곽 조직을 통한 후원금 수수의 적법성이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이날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송 전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 송 전 대표는 3시간30분 가량 진행된 조사에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조사가 끝나자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검찰은 27일까지인 송 전 대표 구속 기간을 열흘 더 연장할 방침이라 기소는 다음 주 중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법정에선 우선 송 전 대표 혐의의 한 축인 외곽 조직 관련 자금 수수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 전 대표는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를 통해 7억63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외곽 조직을 통한 불법 자금 수수 사건 판례를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조직의 목적과 구성, 실제 활동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외곽 조직이 특정 정치인의 인지도 제고 등을 목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고 후원금으로 비용을 지불했다면 불법 정치자금 성격이 짙다고 본다.

권선택 전 대전시장 사건이 대표 사례다. 권 전 시장은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사단법인 ‘대전미래경제연구포럼’을 만들어 사전선거운동(공직선거법 위반)을 하고 회비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1억59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지만, 포럼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는 파기환송심을 거쳐 최종 유죄가 확정됐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정치인이 ‘싱크탱크’를 통해 정책 자문 등 지원을 받는 것은 허용 가능하다”면서도 “이 사건의 포럼은 특정 정치인의 공직 선거를 위한 활동을 위해 설립됐고 운영비 등을 특별 회비 명목으로 수수했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재상고심에서 “정치자금 수수 단계에서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음성적 정치자금 유입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 판례도 있다. 서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2014년 말 창립된 사조직 ‘무안미래포럼’의 고문을 맡았는데, 법원은 미래포럼이 개최한 정책세미나 비용을 대기 위해 회원들로부터 기부받은 700만원이 불법 정치자금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세미나가 서 의원 인지도 제고 및 이미지 향상을 목적으로 한 정치활동이었다고 본 것이다. 회원 한 명당 기부금이 수십만원 수준이고 모인 금액도 700만원 정도로 비교적 소액이었지만 유죄를 피하지 못했다.

송 전 대표 재판에서도 비슷한 쟁점을 둘러싼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먹사연이 송 전 대표 개인을 위한 외곽 조직으로 변질됐다고 의심한다. 앞서 검찰은 송 전 대표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 공소장에 ‘먹사연 소장이었던 이모씨가 박씨 부탁을 받고 송 전 의원 전략조사 결과보고나 좌담회 결과보고 등 전당대회 관련 컨설팅 비용을 대납했다’고 적었다. 반면 송 전 대표 측은 먹사연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쓴 적이 없고, 검찰이 위법한 별건 수사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