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지우는 조선·기계·철강 기업들 ‘AI 바람’

입력 2023-12-27 04:04

‘굴뚝산업’으로 불리는 국내 조선·기계·철강 기업들이 공정과 제품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입히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기술을 접목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거나, 무인화 제품을 출시하는 방식이다. AI 기술 개발과 인재 확보에도 열심이다.

HD현대는 26일 ‘구글 클라우드’와 AI 플랫폼 구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HD현대는 조선, 건설기계 등 자사 핵심 사업에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내년 1월부터 산업 특화 AI 솔루션 및 서비스 개발, 고객 디지털 경험 향상을 위한 AI 플랫폼 개발, AI 전문가 양성 등을 추진한다. HD현대 관계자는 “산업 효과가 큰 과제부터 우선 수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지난 1월 AI 전문 조직인 AI센터를 출범시키며 자사에 특화한 생성형 AI의 자체 개발을 검토해왔다.

조선업계는 AI에 기초한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나서고 있다. 공정의 상당 부분을 자동화해 인구 감소에 따른 숙련 노동자 부족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이중 3000억원을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쓰겠다고 밝혔다. 사람 없이 바다 위를 항해하는 자율운항 선박도 업계의 공통 과제로 꼽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한국과 남중국해 사이 구간에서 자율운항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건설기계업계는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은 정해진 장소에서 반복 작업을 하거나, 원격으로 사람이 탑승하지 않은 건설기계를 조종하는 것까지 가능하다. 앞으로는 AI 기술을 활용해 건설기계 스스로 주변 상황을 인식, 판단해 작동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HD현대와 두산밥캣은 내년 ‘CES 2024’에서 건설현장 무인화 솔루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HD현대의 무인 솔루션 ‘콘셉트-X’ 시리즈는 드론이 공사 현장의 지리 정보를 파악해 관제 시스템에 전송하면, 센터에서 데이터를 분석한 후 이를 무인 건설장비에 전송한다. 무인 건설장비들은 전송받은 데이터를 활용해 공사를 진행한다. 두산밥캣은 소형 중장비와 농업 및 조경 장비 무인화에 주력하고 있다.

철강 현장에선 이미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포스코는 용광로에 AI를 접목해 노후 정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한다. 현대제철은 AI에 최적의 합금 비율을 도출하는 과제를 맡겼다. AI 기반 온도 예측 모델을 도입해 압연 공정을 최적화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AI 전환을 뒷받침할 인재 확보에도 공을 들인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AI 관련 업무를 담당할 경력사원을 모집 중이다. 현대제뉴인은 지난달 AI 기술 경진대회를 열고 대학생 입상자에게는 입사 지원 시 가점 혜택을 주기로 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이른바 ‘중후장대’ 기업들이 AI를 사업 전반에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거나, AI 기반 제품을 출시해 새로 열리는 시장을 선점하려 한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