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기다렸다” 남양유업 개미들, 마침내 볕들날?

입력 2023-12-27 04:04

사모펀드 한앤컴퍼니(한앤코)의 남양유업 인수 성공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한시름 덜게 됐다. 대법원 판결 선고일이 확정되면서 그간 주가를 짓눌렸던 경영권 분쟁이 종지부를 찍을 수 있어서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앤코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간 주식 양도소송에 대한 대법원 판결 선고가 내년 1월 4일로 확정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남양유업 주가는 2거래일 동안 26.9%가 올라 이날 58만1000원에 마감했다.

한앤코와 남양유업의 악연은 2021년 5월 27일 시작됐다. 홍 회장 등 오너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2.08%를 3107억원에 한앤코에게 팔기로 한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한 날이다. 대리점 갑질 사건과 오너일가 비리 의혹에 이어 남양유업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발표로 국민적인 불매운동이 확대되면서 내린 결정이다. 홍 회장은 그간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의지를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다만 자본시장 사상 초유의 매각 ‘노쇼’ 사태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경영권 이전을 위한 임시주주총회에서 홍 회장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남양유업 매각이 결렬됐다는 시장의 추측에 ‘사실무근’ 입장을 밝히기도 했던 홍 회장은 돌연 마음을 바꿔 2021년 9월 1일 한앤컴퍼니에 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한앤코는 홍 회장을 상대로 주식 양도소송을 시작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한앤코가 승소했지만 2년여 넘게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상당수 투자자는 남양유업을 떠났다. 인수 기대감으로 장중 한때 80만원대까지 올랐던 남양유업 주가는 지난해 30만원대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개인은 한앤코의 인수 발표 이후 홍 회장의 매매계약 해제 통보 전날인 8월 30일까지 146억4200만원어치 남양유업 주식을 사들였다. 이 기간 남양유업 평균 종가는 약 62만4250원으로 당시 남양유업에 투자한 개인은 여전히 손실 구간에 있거나 손실을 안고 주식을 팔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광수 기자